A1. 소아물리치료 이야기 24

[재활디딤돌] "놀자~" #20

"놀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주로 밖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오랜만에 집 안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아이의 방에는 정말 많은 장난감이 가득가득합니다. 매번 그랬듯, 제가 들어가면 숨었다가 나오면서 나를 놀래키고 손 씻고 나오는 저를 붙잡고 하는 첫마디는 "놀자~"예요. 벌써부터 무슨 장난감으로 무얼 하고 놀지 다 정해놨죠. 오늘도 역시 요괴 메카드입니다. 요괴 메카드 통에서 하나하나 꺼내며 정성스레 설명해줍니다. 잠시 보고 있다가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놀긴 놀겠지만 할 건 하고 놀아야지??" 아이의 입은 삐죽~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어봅니다. "안 할 순 없지~ 네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려면 선생님이 하고 싶은 운동도 해야 해. 아주 힘든 운동을 조금만 할래? 아니면 약간 힘든 운동을 많이 할..

[재활디딤돌] "든든하네요!" #19

지난해 말 정도였을까요? ICF 평가를 하고 본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던 아이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을 맞아 입원을 했어요. 길어지는 중환자실 생활이 꽤 힘드셨던 어머님과의 통화는 주로 밝은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지만 중간중간 흘리시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지요. 목줄과 뱃줄을 뚫고, 이런저런 기계와 함께 퇴원한 아이! 면역이 떨어져 확산하는 오미크론을 살짝 피해 드디어 다시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와 어머님! 역시나 밝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그동안의 과정을 나누고, 앞으로의 계획과 방향, 다짐을 함께 이야기했어요. 아이에게 최대한 맞추어 진행하겠노라고 했어요. 몇 달 전엔 연하 치료가 가장 필요해서 작업 선생님을 파견하기로 했으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반면에 원래 다니던 치료실에 ..

치료사가 ICF를 써야 하는 3가지 이유 [관점, 도구, 언어]

ICF를 적용한 지 벌써 5년차가 되었네요. ICF를 쓰면 쓸 수록,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유용한 도구임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한점 역시 명확하다는 것도 함께 느끼게 되지요. 제가 느낀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도 또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시작이 조금이나마 쉬워진다면 훨씬 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실 수 있겠지라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치료사라면, ICF를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ICF를 활용하는 치료사들이 늘어갈수록 장애 당사자의 삶의 질은 풍성해질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본 영상은 2021년 12월 27일 물리치료, 작업치료 실습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 영상입니다. 예비 치료사들에게 ICF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를 관점, 도구, ..

[재활디딤돌] "올 한 해도 잘 부탁 드려요!" #17

어느 덧 2021년이 가고 새로운 새해가 시작된 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한달간 휴식기에 들어갔던 재활디딤돌 사업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달동안 사업을 점검하고, 다듬어 계획하는 과정에서 걱정 반, 떨림 반이었지요. 2022년 첫 방문한 디딤이네 집. 디딤이는 여전히 귀엽고, 말똥말똥 저를 쳐다보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평가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끝나고 어머님과 의레 나눌 수 있는 그런 흔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올 한 해도 잘 부탁 드려요!" "선생님, 저야말로 잘 부탁 드려요." 잘 부탁 드린다는 말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오갔습니다. 으레 할 수 있는 그런 말임에도 그간 쌓였던 관계 덕분인지, 무언가 더 따뜻하고 훈훈했던 느낌은 옆에서 윙윙 돌고 있던 전기 ..

2021년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사회중심 통합재활 사업 실천을 공유합니다.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지원팀에서는 [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지역중심 재활지원체계를 만들어 건강한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 라는 팀비전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기능적 삶을 위한 서비스를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그 중 '지역사회중심통합재활 사업'의 2021년 실천을 공유합니다. 지역사회중심 통합재활 사업이란? 1. ICF 종합사정 2.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 1) 재활디딤돌(뇌병변) 2) 재활디딤돌(발달지연) 3. 방방치료단 4. 가능성 프로젝트 [고민딛다] 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봉구 지역 내 장애아동의 일상생활환경으로의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를 통해 아동의 발달을 촉진하고, 긍정적인 재활방향을 제시하여 건강한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 를 목적으로 합니다. 1. ICF 종합사정 지역사회중심 ..

[재활디딤돌] "워커 빌려드릴까요?" #16

문득 아이 뒤에 앉아 평소처럼 허리를 펴도록 도와주는 데 집중하던 중 아이가 이제 막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많이 울던 아이였는데, 허리를 펴도록 뒤에서 잡아주면 사정없이 더 허리를 말고, 골반을 뒤로 밀어버리는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골반을 세워주면 세워주는 대로 편안하게 몇 초 이상 유지하고, 무엇보다 골반을 세우는 데(기울이는데) 거부감이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님! 문득 보니, 아이가 허리를 참 잘 펴네요." "제가 가만 안놔두거든요 ㅋㅋ" 그렇습니다. 아 아이의 어머님은 참 긍정적인 분이시고, 아이를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평소에 앉아서 노는 시간이 대부분인 아이의 허리를 세워주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십니다. 물..

[재활디딤돌] "우리 어떻게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갈 수 있었을까?" #15

"오늘도 밖에서 하자고 하던가요?" 매번 월요일이 되면 어머님께 여쭤봅니다. 오늘은 어디서 하고 싶은지, 기분이 어떤지 말이지요. 오늘도 역시 밖에서 하고 싶다고 들었는데, 막상 만나니 아이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뭔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랄까요. "오늘은 안에서 할까? 밖에 나가지 말까?" 물어보니 고개를 저으며 나갈 거라고 합니다. 엄마와 인사하고, 아이와 길을 나섭니다. 보통은 재잘재잘 수다쟁이 아이가 오늘은 발을 떼자마자 손을 벌리며 이야기합니다. "안아줘~ 업어줘~" "미안~ 선생님은 널 업어줄 수 없어. 우리 조금만 힘내서 걸어볼까? 많이 피곤하구나?" "힝~" 오늘따라 칭얼거림이 있는 아이를 보며 생각에 잠겨봅니다. '왜 이렇게 피곤한데, 밖에서 하자고 했을까?' 그래도 이런 저런 수다로 유도..

소아청소년 물리치료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ICF-CY, 6개의 F-words를 중심으로)

https://youtu.be/lY06GHxryRE 안녕하세요. 소아물리치료사 왕올챙이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치료를 진행했던 휘서라는 아이와 찍은 영상을 바탕으로 소아물리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위 영상은 저와 1년(실제로는 1년 4개월쯤..) 간의 개별물리치료를 마치고 끝나는 날 찍은 영상입니다. 영상의 경우 이 아이에게 선물하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유튜버가 꿈인 휘서는 자기의 휘서TV가 10만 구독자가 되는 날 저에게 맛있는 걸 사준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구독자가 1명입니다만...;; 그래서 찍고 편집해서 선물한 영상입니다. 휘서, 휘서의 어머님, 실습생들 등 나온 모두에게 동의를 받아 저희 복지관 유튜브 채널에도 업로드했죠. 나름 뿌듯하게 생각하며 아내에게 보여주었습..

[재활디딤돌] "내 맘대로 안되는 걸 어떻게 해!" #14

"쟤 왜 저러냐?" 라고 물어본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절레(한번) 흔들며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정신없이 뛰고 바닥에서 수영을 하는 동생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아이와 굉장히 원활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인지/언어가 많이 좋아졌고, 나와 만난 지 2년째라 많이 익숙해진 부분이 있긴 하나 그래도 종종 잘 알아듣지 못해 되묻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되묻기는 커녕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왔다 갔다 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어머님께 여쭤보니 굉장히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아이고 선생님. 이제 못하는 말이 없어요~"라고 하시면서요. 하루는 힘을 막 주길래, 힘을 좀 빼라고 했더니 아이가 그러더랍니다. "내 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