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재활 5

[재활디딤돌] "워커 빌려드릴까요?" #16

문득 아이 뒤에 앉아 평소처럼 허리를 펴도록 도와주는 데 집중하던 중 아이가 이제 막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많이 울던 아이였는데, 허리를 펴도록 뒤에서 잡아주면 사정없이 더 허리를 말고, 골반을 뒤로 밀어버리는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골반을 세워주면 세워주는 대로 편안하게 몇 초 이상 유지하고, 무엇보다 골반을 세우는 데(기울이는데) 거부감이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님! 문득 보니, 아이가 허리를 참 잘 펴네요." "제가 가만 안놔두거든요 ㅋㅋ" 그렇습니다. 아 아이의 어머님은 참 긍정적인 분이시고, 아이를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평소에 앉아서 노는 시간이 대부분인 아이의 허리를 세워주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십니다. 물..

[재활디딤돌] "내 맘대로 안되는 걸 어떻게 해!" #14

"쟤 왜 저러냐?" 라고 물어본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절레(한번) 흔들며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정신없이 뛰고 바닥에서 수영을 하는 동생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아이와 굉장히 원활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인지/언어가 많이 좋아졌고, 나와 만난 지 2년째라 많이 익숙해진 부분이 있긴 하나 그래도 종종 잘 알아듣지 못해 되묻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되묻기는 커녕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왔다 갔다 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어머님께 여쭤보니 굉장히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아이고 선생님. 이제 못하는 말이 없어요~"라고 하시면서요. 하루는 힘을 막 주길래, 힘을 좀 빼라고 했더니 아이가 그러더랍니다. "내 맘..

[재활디딤돌] 어머님과 아이도 싹을 틔우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아닐까요? #12

정말 더운 여름입니다. 앞쪽으로는 북한산이, 뒤쪽으로는 중랑천이 흐르는 아파트 6층 아이의 집은 맞바람이 아주 많이 불어 치네요. 그럼에도 정말 더운 여름, 이 날씨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워요. 방문하는 저를 위해 에어컨을 종종 켜주시긴 하지만, 저는 그냥 일상처럼 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특별한 대우를 해주시는 것도 불편하지만, 아이와 가정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 가뜩이나 더위에 약한 아이는 몸 곳곳에 땀띠가 났습니다. 그래도 재작년보다는 작년이,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낫다고 하시며 웃으십니다. 매일매일 아이와 붙어 씨름 아닌 씨름을 하다 보면 아이가 커가는 걸 느낄 수 없는데 이렇게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볼 때 아이가 컸다고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 아이는 자랍니..

[재활디딤돌] "나 손 놓고 갈래!" #11

"오늘 3번밖에 안 넘어졌어요. 정말 대단하죠? 오늘은 손도 잡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 답답한 집 안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와 함께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 지 벌써 4주 차입니다. 놀이터에도 가고, 동네 산책도 하며 이런저런 추억이 쌓이고 있어요. 그냥 별 과제나 계획된 활동이 없이도 그때, 그 순간의 아이의 마음에 맞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 사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항상 무언가를 준비하죠. '오늘은 날씨가 더우니까, 놀이터에 갔다가 수도꼭지를 이용해서 물놀이도 좀 하고, 그네도 좀 타고, 간식도 먹아야지.' 큰 줄기의 활동 내용을 머릿속에 넣어놓고 가곤 하지만 아이를 만나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 "선생님! 오늘 산책해요!" "그러자..

[재활디딤돌] 이 정도의 뻗침은 염려스럽습니다. 같이 방법을 찾아봐요. #5

뻗치는 힘이 아주 강한 아이는 최근 그 힘이 더 강해져 걱정입니다. ​ 인지와 언어발달이 지난 몇 개월간 급격하게 나타나는 아이는 이제 제법 의사소통도 원활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님께서도 인지와 언어가 발달하는 아이를 보며, 이제는 신체 긴장도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방향을 좀 더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어요. ​ 그러나 긴장도는 점점 강해졌습니다. 아이의 긴장도, 다른 말로 뻗침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강직과는 다르죠. 하고 싶은 게 많아지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다양해질수록 아이의 긴장도는 높아집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고, 세상을 탐색하고픈 마음이 커졌는데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으니까요. 물론 언어적인 표현도 방법이지만, 그보다 편한 건 신체의 긴장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