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재활 6

[재활디딤돌] "워커 빌려드릴까요?" #16

문득 아이 뒤에 앉아 평소처럼 허리를 펴도록 도와주는 데 집중하던 중 아이가 이제 막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많이 울던 아이였는데, 허리를 펴도록 뒤에서 잡아주면 사정없이 더 허리를 말고, 골반을 뒤로 밀어버리는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골반을 세워주면 세워주는 대로 편안하게 몇 초 이상 유지하고, 무엇보다 골반을 세우는 데(기울이는데) 거부감이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님! 문득 보니, 아이가 허리를 참 잘 펴네요." "제가 가만 안놔두거든요 ㅋㅋ" 그렇습니다. 아 아이의 어머님은 참 긍정적인 분이시고, 아이를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평소에 앉아서 노는 시간이 대부분인 아이의 허리를 세워주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십니다. 물..

소아청소년 물리치료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ICF-CY, 6개의 F-words를 중심으로)

https://youtu.be/lY06GHxryRE 안녕하세요. 소아물리치료사 왕올챙이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치료를 진행했던 휘서라는 아이와 찍은 영상을 바탕으로 소아물리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위 영상은 저와 1년(실제로는 1년 4개월쯤..) 간의 개별물리치료를 마치고 끝나는 날 찍은 영상입니다. 영상의 경우 이 아이에게 선물하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유튜버가 꿈인 휘서는 자기의 휘서TV가 10만 구독자가 되는 날 저에게 맛있는 걸 사준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구독자가 1명입니다만...;; 그래서 찍고 편집해서 선물한 영상입니다. 휘서, 휘서의 어머님, 실습생들 등 나온 모두에게 동의를 받아 저희 복지관 유튜브 채널에도 업로드했죠. 나름 뿌듯하게 생각하며 아내에게 보여주었습..

[재활디딤돌] "다음엔 어디 놀이터로 가볼까? 선생님이랑 둘만 가볼까?" #8

"이게 운동이지~" ​ 땀에 흠뻑 젖은 아이가 슈퍼로 가는 길, 하늘을 보며 크게 소리쳤습니다. 너무 환한 미소에 기분이 좋아져 되물었어요. "운동 제대로 한 느낌이야? 재밌었어?" "응!" ​ 프로그램 시작 전, 어머님과 제가 세운 원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머님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였습니다. 어머님은 힘들 거라고 하셨어요. 아이가 엄마가 있으면 자꾸 어리광을 부릴 거라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같이 한다!라고 몇 번이고 말씀드렸죠. ​ 참 잘 노는 날도 있었지만, 힘든 날이 더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집중력이 짧은 아이인데 어머님이 계셔서 더 짧게만 느껴지기도 했죠. 그래도 아이는 선생님이 와서 같이 논다는 사실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 뭔가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겠다 싶어 아이가 자주 가는 놀이터에서..

[재활디딤돌] 어머님의 몸이 편해야 아이도 편하고, 그래야 일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7

"선생님! 그때 말씀하셨던 서고 걷는 방법 좀 다시 알려주세요." ​ 아이가 졸려하는 바람에 30분 일찍 시작하게 된 아이의 집에 들어서고, 손을 씻고 나오자마자 어머님이 건넨 말입니다. 지난주에 서고 걷는 경험에 대한 중요함을 알려드리고 간 후 집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해보셨는데 잘 안되셨답니다. 아이가 안하려는 게 아니라, 방법이 잘못되었던 건지 아니면 불편했는지, 아무튼 어머님과 아버님이 어렵게 느껴지셨다고 하네요. ​ "어떻게 해보셨는지 보여주시겠어요?" 라고 건네니 ​ "이렇게 아이가 서고 뒤에서 여기를 잡고 이렇게 이렇게~" 어찌나 열심히 시범을 보이시는지, 보는 내내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 "잘 하시는데요? 아마 평소에 안 하시던 거라 조금 불편하거나 어색해서 그런 걸 거예요. 아이는 그..

[재활디딤돌] 이 정도의 뻗침은 염려스럽습니다. 같이 방법을 찾아봐요. #5

뻗치는 힘이 아주 강한 아이는 최근 그 힘이 더 강해져 걱정입니다. ​ 인지와 언어발달이 지난 몇 개월간 급격하게 나타나는 아이는 이제 제법 의사소통도 원활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님께서도 인지와 언어가 발달하는 아이를 보며, 이제는 신체 긴장도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방향을 좀 더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어요. ​ 그러나 긴장도는 점점 강해졌습니다. 아이의 긴장도, 다른 말로 뻗침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강직과는 다르죠. 하고 싶은 게 많아지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다양해질수록 아이의 긴장도는 높아집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고, 세상을 탐색하고픈 마음이 커졌는데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으니까요. 물론 언어적인 표현도 방법이지만, 그보다 편한 건 신체의 긴장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

[재활디딤돌] 아이에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주세요. #2

"선생님! 물리치료 선생님(파견 홈티 강사)이 오셨을 때 영상 보여드릴게요!" ​ 오늘 2주 만에 들른 아이의 집에서 어머님이 제가 손을 씻고 나오자마자 영상을 자랑했습니다. 눈앞의 영상에는 아이가 물리치료 선생님이 잡아주는 한 팔의 도움으로 한 발 한 발 걷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 "선생님! 아이가 이렇게 집에서 걷는 건 거의 1년만인 것 같아요." ​ ​ 저는 강사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미리 그 사실을 알고 있었죠. 뿐만 아니라 작업치료 선생님이 진행하는 연하치료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척, 어머님께 정말 멋진 아이라고, 잠재력이 대단한 아이라고 칭찬했죠. ​ 아이가 집에서 걷지 않았던 이유. 아이에게 '걷기'가 가지는 의미. ​ 제가 오늘 어머님께 드렸던 말씀은 이 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