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중심재활 10

치료사가 ICF를 써야 하는 3가지 이유 [관점, 도구, 언어]

ICF를 적용한 지 벌써 5년차가 되었네요. ICF를 쓰면 쓸 수록,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유용한 도구임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한점 역시 명확하다는 것도 함께 느끼게 되지요. 제가 느낀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도 또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시작이 조금이나마 쉬워진다면 훨씬 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실 수 있겠지라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치료사라면, ICF를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ICF를 활용하는 치료사들이 늘어갈수록 장애 당사자의 삶의 질은 풍성해질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본 영상은 2021년 12월 27일 물리치료, 작업치료 실습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 영상입니다. 예비 치료사들에게 ICF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를 관점, 도구, ..

2021년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사회중심 통합재활 사업 실천을 공유합니다.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지원팀에서는 [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지역중심 재활지원체계를 만들어 건강한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 라는 팀비전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기능적 삶을 위한 서비스를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그 중 '지역사회중심통합재활 사업'의 2021년 실천을 공유합니다. 지역사회중심 통합재활 사업이란? 1. ICF 종합사정 2.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 1) 재활디딤돌(뇌병변) 2) 재활디딤돌(발달지연) 3. 방방치료단 4. 가능성 프로젝트 [고민딛다] 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봉구 지역 내 장애아동의 일상생활환경으로의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를 통해 아동의 발달을 촉진하고, 긍정적인 재활방향을 제시하여 건강한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 를 목적으로 합니다. 1. ICF 종합사정 지역사회중심 ..

[재활디딤돌] "우리 어떻게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갈 수 있었을까?" #15

"오늘도 밖에서 하자고 하던가요?" 매번 월요일이 되면 어머님께 여쭤봅니다. 오늘은 어디서 하고 싶은지, 기분이 어떤지 말이지요. 오늘도 역시 밖에서 하고 싶다고 들었는데, 막상 만나니 아이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뭔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랄까요. "오늘은 안에서 할까? 밖에 나가지 말까?" 물어보니 고개를 저으며 나갈 거라고 합니다. 엄마와 인사하고, 아이와 길을 나섭니다. 보통은 재잘재잘 수다쟁이 아이가 오늘은 발을 떼자마자 손을 벌리며 이야기합니다. "안아줘~ 업어줘~" "미안~ 선생님은 널 업어줄 수 없어. 우리 조금만 힘내서 걸어볼까? 많이 피곤하구나?" "힝~" 오늘따라 칭얼거림이 있는 아이를 보며 생각에 잠겨봅니다. '왜 이렇게 피곤한데, 밖에서 하자고 했을까?' 그래도 이런 저런 수다로 유도..

[재활디딤돌] 어머님과 아이도 싹을 틔우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아닐까요? #12

정말 더운 여름입니다. 앞쪽으로는 북한산이, 뒤쪽으로는 중랑천이 흐르는 아파트 6층 아이의 집은 맞바람이 아주 많이 불어 치네요. 그럼에도 정말 더운 여름, 이 날씨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워요. 방문하는 저를 위해 에어컨을 종종 켜주시긴 하지만, 저는 그냥 일상처럼 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특별한 대우를 해주시는 것도 불편하지만, 아이와 가정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 가뜩이나 더위에 약한 아이는 몸 곳곳에 땀띠가 났습니다. 그래도 재작년보다는 작년이,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낫다고 하시며 웃으십니다. 매일매일 아이와 붙어 씨름 아닌 씨름을 하다 보면 아이가 커가는 걸 느낄 수 없는데 이렇게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볼 때 아이가 컸다고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 아이는 자랍니..

[재활디딤돌] "다음엔 어디 놀이터로 가볼까? 선생님이랑 둘만 가볼까?" #8

"이게 운동이지~" ​ 땀에 흠뻑 젖은 아이가 슈퍼로 가는 길, 하늘을 보며 크게 소리쳤습니다. 너무 환한 미소에 기분이 좋아져 되물었어요. "운동 제대로 한 느낌이야? 재밌었어?" "응!" ​ 프로그램 시작 전, 어머님과 제가 세운 원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머님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였습니다. 어머님은 힘들 거라고 하셨어요. 아이가 엄마가 있으면 자꾸 어리광을 부릴 거라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같이 한다!라고 몇 번이고 말씀드렸죠. ​ 참 잘 노는 날도 있었지만, 힘든 날이 더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집중력이 짧은 아이인데 어머님이 계셔서 더 짧게만 느껴지기도 했죠. 그래도 아이는 선생님이 와서 같이 논다는 사실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 뭔가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겠다 싶어 아이가 자주 가는 놀이터에서..

[재활디딤돌] 어머님의 몸이 편해야 아이도 편하고, 그래야 일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7

"선생님! 그때 말씀하셨던 서고 걷는 방법 좀 다시 알려주세요." ​ 아이가 졸려하는 바람에 30분 일찍 시작하게 된 아이의 집에 들어서고, 손을 씻고 나오자마자 어머님이 건넨 말입니다. 지난주에 서고 걷는 경험에 대한 중요함을 알려드리고 간 후 집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해보셨는데 잘 안되셨답니다. 아이가 안하려는 게 아니라, 방법이 잘못되었던 건지 아니면 불편했는지, 아무튼 어머님과 아버님이 어렵게 느껴지셨다고 하네요. ​ "어떻게 해보셨는지 보여주시겠어요?" 라고 건네니 ​ "이렇게 아이가 서고 뒤에서 여기를 잡고 이렇게 이렇게~" 어찌나 열심히 시범을 보이시는지, 보는 내내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 "잘 하시는데요? 아마 평소에 안 하시던 거라 조금 불편하거나 어색해서 그런 걸 거예요. 아이는 그..

[재활디딤돌] 물리치료, 줄이셔도 괜찮아요. #4

"감각이 예민해서 걱정이에요." ​ 어머님은 아이가 다양한 감각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움직임이 더 많아지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더 많아질 것 같다고요. ​ 먹는 것에 큰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먹기'는 일상이 아닌 아주 어려운 과제입니다. 먹어라 먹자 먹어야지, 어르고 달래는 어머님과 입 안 벌리고, 안 씹고, 안 삼키며 무언으로 버티는 아이. 때문에 아이는 몸도 아주 작고, 마른 상황입니다. ​ 때문에 연하치료도 더 열심히 받고 싶으시고, 감각통합치료도 하고 싶고, 감각자극에 좋다는 스노젤렌 치료도 하고 싶은데 이곳, 도봉에는 마땅한 곳이 없다고 느끼고 계셨습니다. 또한 막상 그런 치료들을 하려고 하니 여러가지로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비용적 부담, 시간적 부담. 이 두..

[재활디딤돌] 아이가 한창 시도하고, 도전하고, 즐기는 순간에는 잠시 피드백을 멈춰 주세요. #3

한 살 터울의 형아가 있는 5살 아이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양하지 마 비 뇌성마비 아동입니다. 전문가들은 중등도의 양측성 강직형 뇌성마비, 대운동기능분류 3단계로 이야기하기도 하죠. ​ 아이는 원래 움직임에 대한 욕구도 높고, 놀고 싶은 마음이 아주아주 큰 아이이죠. 또래들처럼요. 그러나 특히 형아와의 놀이에서 따라가기 힘들어 속도 많이 상하는 아이입니다. ​ 아이는 치료를 싫어합니다. 조산으로 태어나 아주 어릴때부터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아왔는데, 그때부터 싫어했다고 하네요. 지금도 많이 운다고 합니다. ​ 이런 친구들은 보통 보호자(대개는 엄마)가 같이 있으면 치료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눈치 백단이라, 어떤 상황인지, 자기가 비빌 수 있는 구석이 있는지 없는지 기가 막히게 알고 있고, ..

[재활디딤돌] 아이에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주세요. #2

"선생님! 물리치료 선생님(파견 홈티 강사)이 오셨을 때 영상 보여드릴게요!" ​ 오늘 2주 만에 들른 아이의 집에서 어머님이 제가 손을 씻고 나오자마자 영상을 자랑했습니다. 눈앞의 영상에는 아이가 물리치료 선생님이 잡아주는 한 팔의 도움으로 한 발 한 발 걷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 "선생님! 아이가 이렇게 집에서 걷는 건 거의 1년만인 것 같아요." ​ ​ 저는 강사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미리 그 사실을 알고 있었죠. 뿐만 아니라 작업치료 선생님이 진행하는 연하치료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척, 어머님께 정말 멋진 아이라고, 잠재력이 대단한 아이라고 칭찬했죠. ​ 아이가 집에서 걷지 않았던 이유. 아이에게 '걷기'가 가지는 의미. ​ 제가 오늘 어머님께 드렸던 말씀은 이 두 가..

[재활디딤돌] 재활도 일상, 그러니 살아가는 환경 안에서. #1

한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의 재활이 필요한 그 순간 바로, 살고 있는 집터에서, 기간의 제한을 갖지 않고, 진행된다면 어떨까요? ​ 그것이 재활이 필요한 가족의 입장에서 당연한 게 된다면, 그들의 삶의 변화는 어떠할까요? 또 그들에게 재활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문가들의 삶은 어떠할까요? 며칠 전, 한 아이의 집에 방문하니, 아이의 어머님이 나를 만나자마자 하는 말씀이 "선생님! 저번에 들리시고 간 다음에요, 바로 그다음부터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손을 많이 쓰는지 몰라요! 남편이랑 저랑 너무 신기해서 놀라기만 했어요." "그랬군요! 정말 멋지네요! 그날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가 손을 많이 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회를 주고, 격려해주기만 한 것일 뿐인데요! 나머지는 다 어머님이 하셨잖아요?"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