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 소아물리치료 이야기/A101.재활디딤돌(뇌병변)

[재활디딤돌] "놀자~" #20

왕구리 2022. 3. 14. 17:41

"놀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주로 밖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오랜만에 집 안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아이의 방에는 정말 많은 장난감이 가득가득합니다.

 

매번 그랬듯,

제가 들어가면 숨었다가 나오면서 나를 놀래키고

손 씻고 나오는 저를 붙잡고 하는 첫마디는 

"놀자~"예요.

 

벌써부터 무슨 장난감으로 무얼 하고 놀지 다 정해놨죠.

오늘도 역시 요괴 메카드입니다.

요괴 메카드 통에서 하나하나 꺼내며 정성스레 설명해줍니다.

 

잠시 보고 있다가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놀긴 놀겠지만 할 건 하고 놀아야지??"

아이의 입은 삐죽~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어봅니다.

 

"안 할 순 없지~ 네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려면 선생님이 하고 싶은 운동도 해야 해.

아주 힘든 운동을 조금만 할래? 아니면 약간 힘든 운동을 많이 할래?"

 

라고 물어보면 항상 아이는 안 힘든 운동을 많이 하는 선택을 합니다.

그 운동이 힘든 운동인 건 꿈에도 모르겠죠.

 

인지가 좋은 아이는 매일 놀고 싶은 마음일 뿐일 테죠.

그 마음이 온전히 이해가 갑니다.

왜 이 힘든 운동을 매일매일 해야 하는지,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으니 말이지요.

가뜩이나 '나'라는 세계를 오밀조밀 만들어가며 무한히 확장시켜나가는 6세의 아이에게는

힘든 운동은 질색입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세상을 더 다채롭고, 크게 확장시키려면

꼭 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더 잘 놀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도와주는 '재활'인 것이지요.

어쩌면 아이는 꽤 긴 시간 동안, 어른이 되어서까지 재활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이에게 재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재활 코디네이터의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그 운동을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꽤나 힘든 동작을 요괴 메카드 장난감을 이용해서

살짝만 힘들고 마칠 수 있었답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니,

신나서 포켓몬 피규어가 한가득 든 상자를 가져와서 하나씩 꺼내며

들뜬 눈과 목소리로 자랑하는 아이였습니다.

 


물음표보다 동그라미를,

장애보다 아이가,

치료보다 성장을,

재활디딤돌.

 


재활디딤돌 프로그램은

도봉구에 거주하는 만 6세 이하의 정도가 심한 뇌병변 장애 아동과 가정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지속적이며, 일상생활환경 중심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