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영유아재활 6

[재활디딤돌] "우리 어떻게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갈 수 있었을까?" #15

"오늘도 밖에서 하자고 하던가요?" 매번 월요일이 되면 어머님께 여쭤봅니다. 오늘은 어디서 하고 싶은지, 기분이 어떤지 말이지요. 오늘도 역시 밖에서 하고 싶다고 들었는데, 막상 만나니 아이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뭔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랄까요. "오늘은 안에서 할까? 밖에 나가지 말까?" 물어보니 고개를 저으며 나갈 거라고 합니다. 엄마와 인사하고, 아이와 길을 나섭니다. 보통은 재잘재잘 수다쟁이 아이가 오늘은 발을 떼자마자 손을 벌리며 이야기합니다. "안아줘~ 업어줘~" "미안~ 선생님은 널 업어줄 수 없어. 우리 조금만 힘내서 걸어볼까? 많이 피곤하구나?" "힝~" 오늘따라 칭얼거림이 있는 아이를 보며 생각에 잠겨봅니다. '왜 이렇게 피곤한데, 밖에서 하자고 했을까?' 그래도 이런 저런 수다로 유도..

[재활디딤돌] "내 맘대로 안되는 걸 어떻게 해!" #14

"쟤 왜 저러냐?" 라고 물어본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절레(한번) 흔들며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정신없이 뛰고 바닥에서 수영을 하는 동생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아이와 굉장히 원활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인지/언어가 많이 좋아졌고, 나와 만난 지 2년째라 많이 익숙해진 부분이 있긴 하나 그래도 종종 잘 알아듣지 못해 되묻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되묻기는 커녕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왔다 갔다 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어머님께 여쭤보니 굉장히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아이고 선생님. 이제 못하는 말이 없어요~"라고 하시면서요. 하루는 힘을 막 주길래, 힘을 좀 빼라고 했더니 아이가 그러더랍니다. "내 맘..

[재활디딤돌] "아이에게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13

할머님이 주 양육자인 이 아이는 신체/심리적으로 많은 불안도를 가지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최근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을 아주 잘 이겨낸 아이는 개인적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잠재력이 많아 보이는 아이이고, 꽤 어린 축에 속하는 아이여서 잘만 도와준다면 더 잘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여전히 높은 긴장도를 가진 아이에게 가장 큰 고민 역시 긴장도입니다. 긴장도를 낮춘다는 것은 참 어렵죠. 흔히 뇌성마비 아동들을 키우는 보호자들께서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강직을 없앨 수 있다'입니다. ​ 이런 착각을 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용어의 혼동입니다. 아이가 장애와 함께 성장하면서 (갑작스럽던 아니던..

[재활디딤돌] 물리치료, 줄이셔도 괜찮아요. #4

"감각이 예민해서 걱정이에요." ​ 어머님은 아이가 다양한 감각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움직임이 더 많아지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더 많아질 것 같다고요. ​ 먹는 것에 큰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먹기'는 일상이 아닌 아주 어려운 과제입니다. 먹어라 먹자 먹어야지, 어르고 달래는 어머님과 입 안 벌리고, 안 씹고, 안 삼키며 무언으로 버티는 아이. 때문에 아이는 몸도 아주 작고, 마른 상황입니다. ​ 때문에 연하치료도 더 열심히 받고 싶으시고, 감각통합치료도 하고 싶고, 감각자극에 좋다는 스노젤렌 치료도 하고 싶은데 이곳, 도봉에는 마땅한 곳이 없다고 느끼고 계셨습니다. 또한 막상 그런 치료들을 하려고 하니 여러가지로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비용적 부담, 시간적 부담. 이 두..

[재활디딤돌] 아이가 한창 시도하고, 도전하고, 즐기는 순간에는 잠시 피드백을 멈춰 주세요. #3

한 살 터울의 형아가 있는 5살 아이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양하지 마 비 뇌성마비 아동입니다. 전문가들은 중등도의 양측성 강직형 뇌성마비, 대운동기능분류 3단계로 이야기하기도 하죠. ​ 아이는 원래 움직임에 대한 욕구도 높고, 놀고 싶은 마음이 아주아주 큰 아이이죠. 또래들처럼요. 그러나 특히 형아와의 놀이에서 따라가기 힘들어 속도 많이 상하는 아이입니다. ​ 아이는 치료를 싫어합니다. 조산으로 태어나 아주 어릴때부터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아왔는데, 그때부터 싫어했다고 하네요. 지금도 많이 운다고 합니다. ​ 이런 친구들은 보통 보호자(대개는 엄마)가 같이 있으면 치료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눈치 백단이라, 어떤 상황인지, 자기가 비빌 수 있는 구석이 있는지 없는지 기가 막히게 알고 있고, ..

[재활디딤돌] 재활도 일상, 그러니 살아가는 환경 안에서. #1

한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의 재활이 필요한 그 순간 바로, 살고 있는 집터에서, 기간의 제한을 갖지 않고, 진행된다면 어떨까요? ​ 그것이 재활이 필요한 가족의 입장에서 당연한 게 된다면, 그들의 삶의 변화는 어떠할까요? 또 그들에게 재활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문가들의 삶은 어떠할까요? 며칠 전, 한 아이의 집에 방문하니, 아이의 어머님이 나를 만나자마자 하는 말씀이 "선생님! 저번에 들리시고 간 다음에요, 바로 그다음부터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손을 많이 쓰는지 몰라요! 남편이랑 저랑 너무 신기해서 놀라기만 했어요." "그랬군요! 정말 멋지네요! 그날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가 손을 많이 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회를 주고, 격려해주기만 한 것일 뿐인데요! 나머지는 다 어머님이 하셨잖아요?"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