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재활 8

[재활디딤돌] "놀자~" #20

"놀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주로 밖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오랜만에 집 안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아이의 방에는 정말 많은 장난감이 가득가득합니다. 매번 그랬듯, 제가 들어가면 숨었다가 나오면서 나를 놀래키고 손 씻고 나오는 저를 붙잡고 하는 첫마디는 "놀자~"예요. 벌써부터 무슨 장난감으로 무얼 하고 놀지 다 정해놨죠. 오늘도 역시 요괴 메카드입니다. 요괴 메카드 통에서 하나하나 꺼내며 정성스레 설명해줍니다. 잠시 보고 있다가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놀긴 놀겠지만 할 건 하고 놀아야지??" 아이의 입은 삐죽~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어봅니다. "안 할 순 없지~ 네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려면 선생님이 하고 싶은 운동도 해야 해. 아주 힘든 운동을 조금만 할래? 아니면 약간 힘든 운동을 많이 할..

[재활디딤돌] "든든하네요!" #19

지난해 말 정도였을까요? ICF 평가를 하고 본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던 아이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을 맞아 입원을 했어요. 길어지는 중환자실 생활이 꽤 힘드셨던 어머님과의 통화는 주로 밝은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지만 중간중간 흘리시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지요. 목줄과 뱃줄을 뚫고, 이런저런 기계와 함께 퇴원한 아이! 면역이 떨어져 확산하는 오미크론을 살짝 피해 드디어 다시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와 어머님! 역시나 밝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그동안의 과정을 나누고, 앞으로의 계획과 방향, 다짐을 함께 이야기했어요. 아이에게 최대한 맞추어 진행하겠노라고 했어요. 몇 달 전엔 연하 치료가 가장 필요해서 작업 선생님을 파견하기로 했으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반면에 원래 다니던 치료실에 ..

[재활디딤돌] "더 효율적인 전략으로 습득하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18

부쩍 성장한 디딤이입니다. 작년 한해동안 가장 큰 걱정은 '성장'이었죠. 먹는 양도 워낙 적어 걱정, 그로 인해 키도, 몸무게도 안늘어 걱정, 근육의 힘도, 관절의 힘도 적어 걱정이었어요. 언제나 늘려나, 언제나 클려나 걱정인 게 언제 그랬냐는듯 부쩍 커버린 아이의 성장에 새삼 놀라게 되었습니다.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펴는 정도도 좋아졌고, 그로 인해 손을 쓰는 정도도 좋아졌어요. 서는 자세를 할 때 역시 더 안정적이 되었어요. 섰을 때 어머님의 제일 눈엣 가시였던 아치가 무너지는 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서있는 아이를 두손으로 잡아도 불안불안 했었는데 오늘은 종종 한손을 떼고 어머님께 손을 사용해 설명을 드려도 될만큼 안정감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이제 아이가 선자세를 열..

카테고리 없음 2022.02.15

[재활디딤돌] "올 한 해도 잘 부탁 드려요!" #17

어느 덧 2021년이 가고 새로운 새해가 시작된 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한달간 휴식기에 들어갔던 재활디딤돌 사업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달동안 사업을 점검하고, 다듬어 계획하는 과정에서 걱정 반, 떨림 반이었지요. 2022년 첫 방문한 디딤이네 집. 디딤이는 여전히 귀엽고, 말똥말똥 저를 쳐다보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평가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끝나고 어머님과 의레 나눌 수 있는 그런 흔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올 한 해도 잘 부탁 드려요!" "선생님, 저야말로 잘 부탁 드려요." 잘 부탁 드린다는 말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오갔습니다. 으레 할 수 있는 그런 말임에도 그간 쌓였던 관계 덕분인지, 무언가 더 따뜻하고 훈훈했던 느낌은 옆에서 윙윙 돌고 있던 전기 ..

[재활디딤돌] "내 맘대로 안되는 걸 어떻게 해!" #14

"쟤 왜 저러냐?" 라고 물어본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절레(한번) 흔들며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정신없이 뛰고 바닥에서 수영을 하는 동생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아이와 굉장히 원활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인지/언어가 많이 좋아졌고, 나와 만난 지 2년째라 많이 익숙해진 부분이 있긴 하나 그래도 종종 잘 알아듣지 못해 되묻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되묻기는 커녕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왔다 갔다 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어머님께 여쭤보니 굉장히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아이고 선생님. 이제 못하는 말이 없어요~"라고 하시면서요. 하루는 힘을 막 주길래, 힘을 좀 빼라고 했더니 아이가 그러더랍니다. "내 맘..

[재활디딤돌] "나 손 놓고 갈래!" #11

"오늘 3번밖에 안 넘어졌어요. 정말 대단하죠? 오늘은 손도 잡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 답답한 집 안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와 함께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 지 벌써 4주 차입니다. 놀이터에도 가고, 동네 산책도 하며 이런저런 추억이 쌓이고 있어요. 그냥 별 과제나 계획된 활동이 없이도 그때, 그 순간의 아이의 마음에 맞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 사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항상 무언가를 준비하죠. '오늘은 날씨가 더우니까, 놀이터에 갔다가 수도꼭지를 이용해서 물놀이도 좀 하고, 그네도 좀 타고, 간식도 먹아야지.' 큰 줄기의 활동 내용을 머릿속에 넣어놓고 가곤 하지만 아이를 만나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 "선생님! 오늘 산책해요!" "그러자..

[재활디딤돌] "넘어져도 괜찮아! 잘했어! 멋진데? 도와줄까? 잡아줄까?" #9

"엄마는 왜 안 와?" ​ 약속시간에 집 앞에서 만난 아이와 엄마, 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를 향해 출발한 지 몇 걸음 후 아이가 눈을 말똥 쳐다보며 저에게 물었습니다. ​ 그 전주에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난 후 아이와 저만 놀아보겠다고 하고, 어머님께 미리 준비해달라고 연락했었죠. 어머님도 반신반의하며 도전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집 앞, 아이에게 잘 설명했습니다. ​ "OO아, 오늘은 여기서 엄마랑 잠시 헤어지고 우리 둘만 놀다가 40분 후에 다시 올 거야. 우리 재밌게 놀까?" ​ 논다는 말에 신나서 좋다고 했는데, 몇 걸음 가다가 갑자기 의아했나 봅니다. 맨날 엄마랑 함께인 아이인데, 그럴 만도 하죠. ​ "우리 둘이 놀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말이야~" 별 거 아니라는..

[재활디딤돌] 불안함으로 기운 무게추가 하고 싶음으로 기울어지는 순간을 기다려보면 어떨까요? #6

"잘 서려고 하지 않아요" ​ 아이에게 서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후 어머님이 주신 말씀입니다. 앉아서 이동하는 아이에게 서고, 걷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집에서 서고 걷자고 하면 잘하려 하지 않는다고요. ​ 아이가 서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겠죠. '서고 걸어야 하는 이유', '아이가 재미있는 활동인가, 하고 싶은 활동인가' 얘기를 하다 보니 이 아이가 서고 걷는 데 어려워하는 부분이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는 주변에 대한 관심도 꽤 있고, 다양한 움직임도 하는 아이라서 조금만 디뎌 준다면 그 디딤돌을 바탕으로 서기 동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 어떤 방법으로 설명할까 고민하다, 아이의 발을 보며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