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1

도봉구 한옥도서관과 함께 [도담하자] (2021.3.31.)

"아빠! 이 책을 내가 안 샀으면 어쩔 뻔했어~ 이건 내가 꼭 사야 했겠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났겠지?" "응!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 집에 공룡 책이 정말 많지만 말이야" "맞아~ 집에 있는 공룡 책들이랑은 달라~ 이 책은 정말 멋져" "오늘 서점에 오길 정말 잘했다! 이 책을 살 수 있었으니까" "맞아! 너무 기분이 좋아. 그럼 쌀국수 먹으러 갈까?" ​ 얼마 전 아내가 일정이 있는 사이, 주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중고책 서점에 다녀오며 나눈 대화예요. 어찌나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잘 찾아내던지, 슬슬 따라다니기만 하면서 책 들어주고, 함께 읽어보기만 해도 즐거운 시간이었죠. 두권만 고르기로 약속했던 터라, 한 권은 커다란 고철곰돌이가 나오는 책을, 다른 한권은 공룡백과를 골랐어요. 공룡에 심취(심취..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 도담하다, 도담살다. (2019.06.28.)

작년 6월부터의 적응을 시작으로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과의 인연이 벌써 1년이 넘어갔습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땐 정말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일들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자세히 기억이 안 나네요. 우리 살면서 많은 일들이 그렇죠. 그땐 정말 큰일 같았는데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었던 것들이.. ​ 그렇다고 그 일들이 별일 아닌 건 아니죠. 아마 그 당시 닥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몸과 마음을 썼기 때문에 잘 지나갔을 거에요. 그게 힘이 되어서 지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적응기에 엄마와 떨어지면서 대성통곡을 하기도 하고, 잘 적응했다 싶으면 출근하는 우리 부부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울음소리를 듣기도 하고요. 친구한테 팔을 물려오기도 하고, 한대 맞고 오기도 하는가하면.. 어느샌가 친..

소아청소년 물리치료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ICF-CY, 6개의 F-words를 중심으로)

https://youtu.be/lY06GHxryRE 안녕하세요. 소아물리치료사 왕올챙이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치료를 진행했던 휘서라는 아이와 찍은 영상을 바탕으로 소아물리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위 영상은 저와 1년(실제로는 1년 4개월쯤..) 간의 개별물리치료를 마치고 끝나는 날 찍은 영상입니다. 영상의 경우 이 아이에게 선물하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유튜버가 꿈인 휘서는 자기의 휘서TV가 10만 구독자가 되는 날 저에게 맛있는 걸 사준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구독자가 1명입니다만...;; 그래서 찍고 편집해서 선물한 영상입니다. 휘서, 휘서의 어머님, 실습생들 등 나온 모두에게 동의를 받아 저희 복지관 유튜브 채널에도 업로드했죠. 나름 뿌듯하게 생각하며 아내에게 보여주었습..

[재활디딤돌] "내 맘대로 안되는 걸 어떻게 해!" #14

"쟤 왜 저러냐?" 라고 물어본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절레(한번) 흔들며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정신없이 뛰고 바닥에서 수영을 하는 동생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아이와 굉장히 원활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인지/언어가 많이 좋아졌고, 나와 만난 지 2년째라 많이 익숙해진 부분이 있긴 하나 그래도 종종 잘 알아듣지 못해 되묻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되묻기는 커녕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왔다 갔다 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어머님께 여쭤보니 굉장히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아이고 선생님. 이제 못하는 말이 없어요~"라고 하시면서요. 하루는 힘을 막 주길래, 힘을 좀 빼라고 했더니 아이가 그러더랍니다. "내 맘..

덕분이야,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

만 40개월을 훌쩍 넘긴 4살 주니는 이제 발도 되게 컸고(태어날 때부터 발은 컸고, 지금도 크고, 앞으로도 클 것 같음), 잘 자라지 않는다고 느껴지던 키도 벌써 100cm를 넘길 듯하고(자꾸 넘겼다고 우겨서 100cm 파티하기로 했고), 대략 100m는 넘게 전속력으로 뛰어도 별로 지치지 않는 달리기 실력을 가지게 되었고(농담이 아니라 진짜 빨라서... 따라갈 수가 없어..) 성인 골반 높이쯤에서는 우습게 뛰어내리고(멀리, 높이) 킥보드를 요상괴상한 자세로도 탈 만큼 균형능력이 좋아졌고(공원에서 혼자 한 바퀴 돌고 오기 가능해짐) 축구를 하면 제법 원터치로 공을 잘 차고(이건 그냥 내 콩깍지일수도..) 공룡이름을 넘어 세세한 특징들을 아빠에게 교육해 줄 수 있고(도대체 이걸 왜 모르냐는 표정으로) 아..

카테고리 없음 2021.08.21

[도봉구 어린이집]우리아이 첫어린이집,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은 어떠신가요?

“우리 아이가 자라는 세상은 어땠으면 좋겠어?” ​ 어제도, 그리고 종종 우리 부부가 나누는 대화의 주된 주제입니다. 이제 22개월 차, 3살인 주니가 금방 6~7살이 될 테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자기만큼 큰 책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등교할 날이 금방 오겠죠. 먼~ 이야기인 것 같지만, 짧게나마 살아보니 시간은 금방 가고, 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그래서 순간과 하루하루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특히 주니의 이 시절. 세상을 향해 반짝이는 눈과 마음으로 마음껏 성장해나가는 지금 모습을 눈과 가슴에 담고 틈나는 대로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벌써 주니와의 첫 만남이, 심지어는 몇 달 전도 가물가물하니 더더욱 소중한 요즘입니다. 우리 주니가 자라는 세상이 어땠으면 좋을까. 어..

예준이의 첫걸음.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시작하다.

예준이의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시작하다. 우리 부부는 아내가 육아휴직이 끝나게 되면 다시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도봉이라는 동네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기 때문에 아이를 돌봐줄 다른 가족이 없습니다.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죠. 예준이가 돌이 지나게 되면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 상황. 이제 막 걷기 시작할, 자신의 의사를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아직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을.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 시기에 아들을 보내야 하는 우리 부부의 마음은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사회복지를 하는 아내의 인맥과 정보를 통해 좋은 어린이집을 소개받았습니다. 어린이집의 이름은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 이미 많은 아이들과 조합원들이 열..

[재활디딤돌] "아이에게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13

할머님이 주 양육자인 이 아이는 신체/심리적으로 많은 불안도를 가지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최근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을 아주 잘 이겨낸 아이는 개인적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잠재력이 많아 보이는 아이이고, 꽤 어린 축에 속하는 아이여서 잘만 도와준다면 더 잘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여전히 높은 긴장도를 가진 아이에게 가장 큰 고민 역시 긴장도입니다. 긴장도를 낮춘다는 것은 참 어렵죠. 흔히 뇌성마비 아동들을 키우는 보호자들께서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강직을 없앨 수 있다'입니다. ​ 이런 착각을 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용어의 혼동입니다. 아이가 장애와 함께 성장하면서 (갑작스럽던 아니던..

[재활디딤돌] 어머님과 아이도 싹을 틔우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아닐까요? #12

정말 더운 여름입니다. 앞쪽으로는 북한산이, 뒤쪽으로는 중랑천이 흐르는 아파트 6층 아이의 집은 맞바람이 아주 많이 불어 치네요. 그럼에도 정말 더운 여름, 이 날씨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워요. 방문하는 저를 위해 에어컨을 종종 켜주시긴 하지만, 저는 그냥 일상처럼 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특별한 대우를 해주시는 것도 불편하지만, 아이와 가정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 가뜩이나 더위에 약한 아이는 몸 곳곳에 땀띠가 났습니다. 그래도 재작년보다는 작년이,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낫다고 하시며 웃으십니다. 매일매일 아이와 붙어 씨름 아닌 씨름을 하다 보면 아이가 커가는 걸 느낄 수 없는데 이렇게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볼 때 아이가 컸다고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 아이는 자랍니..

[재활디딤돌] "나 손 놓고 갈래!" #11

"오늘 3번밖에 안 넘어졌어요. 정말 대단하죠? 오늘은 손도 잡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 답답한 집 안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와 함께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 지 벌써 4주 차입니다. 놀이터에도 가고, 동네 산책도 하며 이런저런 추억이 쌓이고 있어요. 그냥 별 과제나 계획된 활동이 없이도 그때, 그 순간의 아이의 마음에 맞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 사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항상 무언가를 준비하죠. '오늘은 날씨가 더우니까, 놀이터에 갔다가 수도꼭지를 이용해서 물놀이도 좀 하고, 그네도 좀 타고, 간식도 먹아야지.' 큰 줄기의 활동 내용을 머릿속에 넣어놓고 가곤 하지만 아이를 만나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 "선생님! 오늘 산책해요!"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