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머리가 말랑해질 수 있을까?
지난 십육년 간 쌓여 딱딱하게 굳어진 나에게 쉼이 윤활유가 되기를 기대하며,
미국으로 떠나왔다.

미국을 오며 준비한 건 거의 없었다.
소중한 가족을 만나러 오는 길이기 때문이겠지만,
그것보다는 미국 여행이 나에게 들뜸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 더욱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랑해지고 싶다.
이 마음이 나에게는 지금 글을 쓰며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나의 현재와 같다.
낯섦을 발견하고, 생각으로 시작해 꼬리를 물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나'를 설명해 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벌써 몇 번째 막히고 있다. 글이 이어지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과 별개로,
한동안 난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 다짐을 딱딱한 몸과 마음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역시 그 외면은 내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딱딱함이 원인이었다.
몸과 마음이 굳어져 버렸으니, 부드럽게 만들지 않고서는 글이 이어질 수 없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일상을 살며 말랑말랑이 가능할까?
그 말은 곧 가볍게 타닥타닥, 목글거리던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 달이 조금 넘는 탈일상의 시간 동안
나는 어떤 말랑임을 찾아가게 될까?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전처럼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가슴속에서 꿈틀꿈틀 말랑물렁이는 단어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 시간이 나에게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는 확신에 찬다.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시간이 말랑임에 출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