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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디딤돌] "놀자~" #20

"놀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주로 밖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오랜만에 집 안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아이의 방에는 정말 많은 장난감이 가득가득합니다. 매번 그랬듯, 제가 들어가면 숨었다가 나오면서 나를 놀래키고 손 씻고 나오는 저를 붙잡고 하는 첫마디는 "놀자~"예요. 벌써부터 무슨 장난감으로 무얼 하고 놀지 다 정해놨죠. 오늘도 역시 요괴 메카드입니다. 요괴 메카드 통에서 하나하나 꺼내며 정성스레 설명해줍니다. 잠시 보고 있다가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놀긴 놀겠지만 할 건 하고 놀아야지??" 아이의 입은 삐죽~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어봅니다. "안 할 순 없지~ 네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려면 선생님이 하고 싶은 운동도 해야 해. 아주 힘든 운동을 조금만 할래? 아니면 약간 힘든 운동을 많이 할..

[재활디딤돌] "든든하네요!" #19

지난해 말 정도였을까요? ICF 평가를 하고 본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던 아이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을 맞아 입원을 했어요. 길어지는 중환자실 생활이 꽤 힘드셨던 어머님과의 통화는 주로 밝은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지만 중간중간 흘리시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지요. 목줄과 뱃줄을 뚫고, 이런저런 기계와 함께 퇴원한 아이! 면역이 떨어져 확산하는 오미크론을 살짝 피해 드디어 다시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와 어머님! 역시나 밝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그동안의 과정을 나누고, 앞으로의 계획과 방향, 다짐을 함께 이야기했어요. 아이에게 최대한 맞추어 진행하겠노라고 했어요. 몇 달 전엔 연하 치료가 가장 필요해서 작업 선생님을 파견하기로 했으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반면에 원래 다니던 치료실에 ..

치료사가 ICF를 써야 하는 3가지 이유 [관점, 도구, 언어]

ICF를 적용한 지 벌써 5년차가 되었네요. ICF를 쓰면 쓸 수록,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유용한 도구임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한점 역시 명확하다는 것도 함께 느끼게 되지요. 제가 느낀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도 또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시작이 조금이나마 쉬워진다면 훨씬 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실 수 있겠지라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치료사라면, ICF를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ICF를 활용하는 치료사들이 늘어갈수록 장애 당사자의 삶의 질은 풍성해질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본 영상은 2021년 12월 27일 물리치료, 작업치료 실습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 영상입니다. 예비 치료사들에게 ICF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를 관점, 도구, ..

[재활디딤돌] "더 효율적인 전략으로 습득하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18

부쩍 성장한 디딤이입니다. 작년 한해동안 가장 큰 걱정은 '성장'이었죠. 먹는 양도 워낙 적어 걱정, 그로 인해 키도, 몸무게도 안늘어 걱정, 근육의 힘도, 관절의 힘도 적어 걱정이었어요. 언제나 늘려나, 언제나 클려나 걱정인 게 언제 그랬냐는듯 부쩍 커버린 아이의 성장에 새삼 놀라게 되었습니다.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펴는 정도도 좋아졌고, 그로 인해 손을 쓰는 정도도 좋아졌어요. 서는 자세를 할 때 역시 더 안정적이 되었어요. 섰을 때 어머님의 제일 눈엣 가시였던 아치가 무너지는 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서있는 아이를 두손으로 잡아도 불안불안 했었는데 오늘은 종종 한손을 떼고 어머님께 손을 사용해 설명을 드려도 될만큼 안정감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이제 아이가 선자세를 열..

카테고리 없음 2022.02.15

[재활디딤돌] "올 한 해도 잘 부탁 드려요!" #17

어느 덧 2021년이 가고 새로운 새해가 시작된 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한달간 휴식기에 들어갔던 재활디딤돌 사업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달동안 사업을 점검하고, 다듬어 계획하는 과정에서 걱정 반, 떨림 반이었지요. 2022년 첫 방문한 디딤이네 집. 디딤이는 여전히 귀엽고, 말똥말똥 저를 쳐다보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평가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끝나고 어머님과 의레 나눌 수 있는 그런 흔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올 한 해도 잘 부탁 드려요!" "선생님, 저야말로 잘 부탁 드려요." 잘 부탁 드린다는 말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오갔습니다. 으레 할 수 있는 그런 말임에도 그간 쌓였던 관계 덕분인지, 무언가 더 따뜻하고 훈훈했던 느낌은 옆에서 윙윙 돌고 있던 전기 ..

2021년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사회중심 통합재활 사업 실천을 공유합니다.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지원팀에서는 [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지역중심 재활지원체계를 만들어 건강한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 라는 팀비전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기능적 삶을 위한 서비스를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그 중 '지역사회중심통합재활 사업'의 2021년 실천을 공유합니다. 지역사회중심 통합재활 사업이란? 1. ICF 종합사정 2.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 1) 재활디딤돌(뇌병변) 2) 재활디딤돌(발달지연) 3. 방방치료단 4. 가능성 프로젝트 [고민딛다] 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봉구 지역 내 장애아동의 일상생활환경으로의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를 통해 아동의 발달을 촉진하고, 긍정적인 재활방향을 제시하여 건강한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 를 목적으로 합니다. 1. ICF 종합사정 지역사회중심 ..

[재활디딤돌] "워커 빌려드릴까요?" #16

문득 아이 뒤에 앉아 평소처럼 허리를 펴도록 도와주는 데 집중하던 중 아이가 이제 막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많이 울던 아이였는데, 허리를 펴도록 뒤에서 잡아주면 사정없이 더 허리를 말고, 골반을 뒤로 밀어버리는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골반을 세워주면 세워주는 대로 편안하게 몇 초 이상 유지하고, 무엇보다 골반을 세우는 데(기울이는데) 거부감이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님! 문득 보니, 아이가 허리를 참 잘 펴네요." "제가 가만 안놔두거든요 ㅋㅋ" 그렇습니다. 아 아이의 어머님은 참 긍정적인 분이시고, 아이를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평소에 앉아서 노는 시간이 대부분인 아이의 허리를 세워주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십니다. 물..

[재활디딤돌] "우리 어떻게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갈 수 있었을까?" #15

"오늘도 밖에서 하자고 하던가요?" 매번 월요일이 되면 어머님께 여쭤봅니다. 오늘은 어디서 하고 싶은지, 기분이 어떤지 말이지요. 오늘도 역시 밖에서 하고 싶다고 들었는데, 막상 만나니 아이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뭔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랄까요. "오늘은 안에서 할까? 밖에 나가지 말까?" 물어보니 고개를 저으며 나갈 거라고 합니다. 엄마와 인사하고, 아이와 길을 나섭니다. 보통은 재잘재잘 수다쟁이 아이가 오늘은 발을 떼자마자 손을 벌리며 이야기합니다. "안아줘~ 업어줘~" "미안~ 선생님은 널 업어줄 수 없어. 우리 조금만 힘내서 걸어볼까? 많이 피곤하구나?" "힝~" 오늘따라 칭얼거림이 있는 아이를 보며 생각에 잠겨봅니다. '왜 이렇게 피곤한데, 밖에서 하자고 했을까?' 그래도 이런 저런 수다로 유도..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 장가르기 아마 활동 #도담살이 #도담살다

매일의 일상이 반복되는 요즘, 조금은 특별하게 도담살이를 하고 온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저희 가족은 도담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도봉구에 위치한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생활한다는 것을 저는 도담산다, 도담살이라고 부릅니다. ​ 왜 '살이, 산다'라는 단어를 붙이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주니를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후의 삶 중 많은 부분이 도담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 평일의 경우 엄마, 아빠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니의 삶은 말할 것도 없거나와 부모인 우리의 일상에서도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이 쉴 새 없이 울려댑니다. 우리가 모인 카톡방에서는 평범한 안부를 묻는 것부터, 필요한 어떤 것들을 나누거나,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걱정을 털어놓고 서로 격려/지지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