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시키면 어떻게 하지? 그게 너무 두려워.
5살에 처음 만나 14년이 지나도록 깊이 사랑해 온,
소중한 조카의 고민이 마음을 울렸다.
성인이 될 준비를 해 나가는 한 사람의 성장통을 함께 겪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다운 경험이다.
선택에는 답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선택을 내린 후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뿐.
그 선택에 책임과 노력을 다하는 것뿐임을 알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의 한 책방에서 만난 글귀는 나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가고 있다.
신이여,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어쩔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그리고 이를 구별하는 지혜도 주소서.

내려놓아도 괜찮아.
니가 가진 부담, 긴장, 경직, 외로움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것들도 너라는 사실을,
너에게 그것을 껴안을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경험이면 좋겠어.
내려놓는다는 것은,
모든 걸 포기하란 말이 아니야.
니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을 의미해.
내려놓을 때 누군가는 실망할 수 있어.
하지만 너에겐,
너를 온전히 믿고 지지하는 가족이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다고 너를 굳게 믿어야 해.
그 믿음이 흔들리면 안 돼. 그 믿음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어.
너에게는 힘이 있어.
타인은 알지 못해.
그걸 발견하는 것은 니 몫이야.

내가 이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되는 사람일까?
꽤 깊은 고민과 생각거리를 안고 잠에 들었던, 지난 늦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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