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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 장가르기 아마 활동 #도담살이 #도담살다

왕구리 2021. 8. 26. 22:40

매일의 일상이 반복되는 요즘,

조금은 특별하게 도담살이를 하고 온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저희 가족은 도담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도봉구에 위치한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생활한다는 것을

저는 도담산다, 도담살이라고 부릅니다.

왜 '살이, 산다'라는 단어를 붙이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주니를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후의 삶 중 많은 부분이 도담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평일의 경우 엄마, 아빠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니의 삶은 말할 것도 없거나와

부모인 우리의 일상에서도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이 쉴 새 없이 울려댑니다.

우리가 모인 카톡방에서는 평범한 안부를 묻는 것부터, 필요한 어떤 것들을 나누거나,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걱정을 털어놓고 서로 격려/지지해주고, 한 명 한 명의 힘이 필요한 일은 기꺼이 더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노는 것과 어른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난생 처음으로 배운 기타는 도담에서의 소모임이었고, 우리 가족 첫 캠핑도 도담 가족들과 함께였습니다. 서로 모여 술도 많이 먹고, 맛있는 음식도 나눕니다. 저희 가족이 살아가는 앞으로의 삶은 아마도 많은 부분에서 도담의 색깔이 짙게 스며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아이를 함께 키우고 있으며, 부모와 교사인 어른들도 서로 성장한다'

도담을 만나면서 살고 있는 도담살이는 저에게 이런 의미입니다.


지난주 목요일,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의 아마들이라면 꼭 해야 하는 아마 활동을 하고 왔습니다.

아마 활동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터전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더 또렷이 그려집니다. 그래서 뭐랄까 조금 더 도담살이하는 우리가 뿌듯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매일 날적이에 적혀 오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보고 오니 그런 것 같아요.

올해 제가 신청한 아마 활동은 '장 가르기' 아마입니다.

장 가르기라 함은 장을 담그는 과정 중 하나라고 합니다. 장 담그기에는 메주 쑤기->메주 띄우기->장 담그기->발효와 숙성-> 장 뜨기(장 가르기)라고 합니다. 장을 담그는 것과는 1도 상관없는 저의 일상에서 전통의 방식으로 장을 담그는 과정에 참여하는 일은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10시 3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사실 까먹어서) 10시까지 갔습니다.

너무 빨리 온 저를 보고 딸기가 말합니다.

"왜 이리 빨리 왔어~ 뒷산에 밤송이나 주워~"

아이들 모래 놀이하는 집게 하나 들고 아이들이 노는 뒷산으로 올라가 봅니다.

이런 길을 따라 20초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뒷산 놀이터이지요.

밧줄이 설치된 놀이터예요. 자연을 활용한 우리만의 놀이터이지요.

곳곳에 아이들의 흔적이 보이네요. 미루어 짐작하건대, 나무를 모아 집을 짓고, 불을 피웠나 봐요.

캠핑 놀이였을까? 상상해봤습니다.

밤송이를 많이 주웠어요. 아이들이 혹시라도 넘어지거나 밟게 되면 아플까, 뒤적이며 많이도 주웠네요.

뒤적이다 보니 나온 담배꽁초, 한데 모아 버리기도 했어요.

주니가 봤으면 한마디 했을 텐데.. '산에서 담배 피우고 버리면 안 되지? 그렇지?'라고 말이에요.

밧줄로 만든 그네, 징검다리

어느덧 싹이 나고 푸른 잎이 피어나는 계절이 왔네요.

 


이제 장 가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간이네요.

열매반 선생님 앵두가 오셔서 돗자리와 비닐을 깔아달라고 하셨습니다.

한 장독대에 들어 있는 메주를 건지고, 메주가 담겨 있던 간장은 다른 장독대로 옮긴 후,

메주를 열심히 주물러 치대고 다시 빈 장독대로 옮겨 놓으면 끝입니다.

아이들이 오기 전 장독대를 살짝 열어보니, 고소하고 짭짜롭한 냄새를 풍기는 메주가 담겨 있네요.

처음 보는 광경이 신기합니다.

저 멀리 아이들이 줄을 지어 오는 게 보이네요.

까르르까르르 뭐가 그리 재밌는지, 또 질서는 어찌나 잘 지키는지요.

고무장갑을 끼고 메주를 건져냈습니다.

온 세상 궁금한 아이들이 자꾸 머리를 들이밀어 간장이 묻을 까 조심조심.

'어떤 느낌이야?' '그게 뭐야?' 쏟아지는 질문도 답하랴 허둥지둥.

건져낸 메주는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통에 잘 담아 주었습니다.

비닐장갑 야무지게 낀 아이들, 조물조물 열심히 장 가르기를 하네요!

짜잔~ 열심히 주무르고 치댄 메주가 이렇게 변했습니다~

이제 이걸 장독대에 잘 담아 놓으면 맛난 된장이 된다네요!

장독대에 차곡차곡 담았어요.

아이들이 몇 날 동안 메주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된장아 맛있어져라~'

저도 그 마음을 함께 담아 봅니다.

아이들은 장 가르기에 온 몸을(온 옷을) 불 지르고, 뒷산으로 뛰어가 정신없이 놀기 바쁩니다.

격렬하게 산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제 눈에도 위 태위태 하지만 막상 아이들은 제 집 뛰어다니듯 합니다.

뒷산에서 들리는 요상 괴상 한 소리들을 들으며 함께 장 가르기 아마를 한 곰돌 밤톨 부부와 남은 된장을 치대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야무지게 주물러놔서 별로 할 것도 없더군요.

같은 반 친구이기도 한 곰돌밤톨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참 의미가 있었네요.

이런 맛에 아마 활동하는 거겠죠!?

마치고 내려오는 길,

졸업아마들이 선물해준 그늘 천막과 모래놀이터가 보입니다.

모래놀이터 만들던 때가 생각나네요! 한 트럭 실어와 내리고, 열심히 만들던 날도 있었죠!

매일 등/하원 정신없이 하다가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니

하나하나 손길과 추억이 묻은 터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땅도 아닌데, 생기는 애정이란!!

장 가르기 아마를 포함한 아마 활동의 꽃이죠!

맛있기로 유명한 터전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입니다.

아이들이 볼까 싶어 빈 교실에서 숨듯 허겁지겁 먹었지만

밥을 만들어주신 선생님의 별칭처럼 '꿀맛' 그 자체네요.

이렇게 장 가르기 아마 활동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예준아, 아빠가 예준이 터전에서 잘 생활하고 있는 걸 봐서 참 좋았다!? 장가르 기도 잘하고 뒷산에서도 엄청 잘 놀더라!

무엇보다, 아빠가 있어서 더 관심받고 싶었을 텐데 다른 친구들 생각해서 잘 참아준 거 정말 멋지고 든든하더라!"

스스로 많이 컸다고 아빠한테 자랑하듯 뽐내는 주니는 그게 뭐 별거라고!라는 시크한 반응이었지만,

가차 없이 넓혀진 코 평수로 보아 그 뿌듯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날은 목욕탕엘 가야 하는데!'

'어우 오늘은 허리가 좀 아프네! 피곤하네!'

라고 티 내는 모습이나, 그 후로 며칠 동안이나 장 가르기 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서도

주니의 코 평수처럼 뿌듯함으로 한껏 올라간 어깨를 발견할 수 있었네요.

이렇게 도담살이는 계속됩니다.

우리와 함께, 우리의 아이를 키워보실래요?

도담하며, 도담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