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부터의 적응을 시작으로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과의 인연이 벌써 1년이 넘어갔습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땐 정말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일들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자세히 기억이 안 나네요.
우리 살면서 많은 일들이 그렇죠. 그땐 정말 큰일 같았는데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었던 것들이..
그렇다고 그 일들이 별일 아닌 건 아니죠.
아마 그 당시 닥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몸과 마음을 썼기 때문에 잘 지나갔을 거에요.
그게 힘이 되어서 지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응기에 엄마와 떨어지면서 대성통곡을 하기도 하고,
잘 적응했다 싶으면 출근하는 우리 부부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울음소리를 듣기도 하고요.
친구한테 팔을 물려오기도 하고, 한대 맞고 오기도 하는가하면..
어느샌가 친구를 물어 상처를 내기도 하고,
이제는 누구누구랑 싸웠어~ 속상했어~ 라고 말까지 하는 주니입니다.
얼마 전 주니가 소속된 풀잎반에 새로운 친구들이 2명 등원했지요.
그 친구들의 적응기를 건너 들으며 주니의 적응 기간이 생각났어요.
너희들도, 또 엄마아빠들도 참 고생하는구나.
빨리 적응해서 즐거운 도담생활이 되길 진심으로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어린반인 이슬, 풀잎반의 교사이신 딸기와 잼잼은 몇 달 전 반모임에서 적응을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분명히, 당연히 적응한다. 불안해하지 마라. 부모만 잘하면 된다, 아이들은 잘하고 있다고요.
그 말에 끄덕이다가도, 흔들리고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죠.
새로온 아이들보다는 조금 빨랐다 뿐이지, 주니도 아직 열심히 적응 중일 테니까요.
도담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해요.
비교군이 없지만, 굳이 비교군이 필요할까 싶어요.
말문이 트인 주니에게 하루하루 어땠는지 물어보면
반짝이는 눈으로 흥분된 목소리로 하루의 즐거움을 이야기해줍니다.
누군가의 온전한 사랑이 참 필요한 시기인 아이들에게
그 사랑을 주는 도담이니까 딸기와 잼잼의 말처럼 불안하지만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지요.
아마, 주니의 적응기와 함께 도담의 왕올챙이로 적응기를 거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은 부모들이 연 1회 아마 활동을 하는 것을 약속했습니다.
근데 아마가 뭐야? 하는 분들도 있겠죠!
저도 말을 쓰면서 뜻을 몰라 지금 찾아봤습니다. 어떤 블로그에서 발췌합니다.
https://blog.naver.com/21pji/221383403331
아마는 어린이집 설립주체로서 조합 운영에 관한 부모들의 참여 및 일체의 활동을 일컫는 말이라는군요.
제가 위에서 말한 연 1회 아마 활동은 대체교사의 역할입니다.
도담공동육아어린이집은 아이를 키우는 또 다른 부모로서 교사의 처우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고,
연차 사용이 어려운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휴가를 보장하는 의미의 활동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개인 사정으로 하지 못했던 종일아마활동은 저에게 도담 생활에 대한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린이집 카페에 올라오는 활동사진, 날적이, 반모임,
그리고 종종 나누는 대화에서 도담 생활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어요.
얼마 전부턴 주로 주니의 입으로 듣고 있습니다.
들어서 알고 있는데, 경험해보지 않으니 잘 모르는 건 당연하죠.
그래서 쌓여 있던 궁금함이 있었는데, 이번 아마를 계기로 도담 생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애정이 더 뿜 뿜 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규칙을 가지고 어떻게 소통하는지, 또 어떤 놀이를 하는지 함께 지내보니
도담이길 참 잘했다 싶었습니다.
5~7세 반인 아이들을 보면서 주니가 몇 년 후 이렇게 놀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뭔가 뭉클했어요.
아마를 하며 아이들이 놀고 있는 환경이 참 좋아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뒷산을 내 집처럼 뛰어노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 그 흔적을 블로그에 남겨 봅니다.
오늘 활동은 텃밭에서 감자 캐기였습니다.
저와 함께 아마를 한 아빠가 어떻게 감자를 캐는지 열심히 설명중!
감자 캐기 선수들인 우리 아이들
국자 숟가락 손
뭐든 어때요 땅만 파면 왕감자가!ㅋ
날이 너무 더워 감자 캐기는 이제 그만했어요.
사실 캘 감자가 없었죠.
이렇게 더운 날은?
뒷산에 올라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뛰어놀기죠^^
바로 옆에 있는 뒷산으로 줄지어 올라요.
직접 밧줄로 만든 그네도 타고요
나무에 주렁주렁 버찌도 따서 먹고요
버찌 씨 누가 멀리 뱉나 시합도 하고요
밧줄 구름다리에서 노는 주니
쓰러진 나무도 재밌는 놀이거리!
한 아이가 알려준 모기를 피하는 방법이에요
이걸 붙이면 모기에 물리지 않아요!
밧줄 거미줄에서 거미 놀이도 했지요^^
얼마 전 아내는 1박 2일 교육으로, 저는 직장 행사로 주니의 하원이 걱정인 날이 있었어요. 빨리 끝나 봐야 10 시일 텐데 어쩌지... 하며 고민이었죠.
그 고민, 얼마 가지 못한 건 한 엄마의 내민 손 덕분이었습니다. 우리에겐 아주 큰일이었음에도 흔쾌히 먼저 내민 손 덕분에 별일 없이 하루를 보냈어요. 처음 경험하는 일을 주니도 잘 견뎌내 주었고요. 견딘다기보다 형아네 집에서 실컷 놀았죠.
도담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아직 어린 주니가 아침 8시 반에 헤어져 밤 10시까지 어린이집과 다른 형아 집에서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도담이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겠죠.
또 며칠 전엔 주니의 하원길에 남아있는 다른 형아를 주니가 집에 데려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형아 엄마한테 전화해보니 마침 늦는다 하여 괜찮으면 같이 가서 놀겠다고 했죠. 엄마는 좋은데 형아가 싫다고 하면 어쩌지 하며 물어보니
세상 밝은 표정으로 간다네요. 그래서 처음으로 아이 두 명과 집에 가서 밥두먹고 신나게 놀았죠.
이것도 도담이니까요^^
이런 게 도담살이인 것 같아요.
이렇게 도담하며 도담살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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