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1화.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연재를 시작하며
2화. 제도와 흐름: 설치가 가능해지기까지의 변화
3화. 역할과 기능: 무엇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나
4화. 현장과 쟁점: 설치 이후 운영에서 마주칠 문제들
5화. 운영모델 제안: 자치구 단위 모델과 ‘발달136센터’ 사례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는 지난 10여년의 기간 동안 외면 받아왔습니다. 중앙장애아동지원센터와 중앙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함께 설치되고 운영된 이후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시도별로 확대되었지만 장애아동지원센터는 그렇지 못했죠. 이번 글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흐름, 그리고 설치를 목전에 둔 상황까지의 변화까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먼저 중앙 단위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장애아동지원센터의 역할을 알아야 합니다. 양 센터의 법적 근거는 각각 다릅니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3조에 근거하고, 장애아동지원센터는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제8조(중앙장애아동지원센터)와 제9조(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에 근거합니다. 법령상 주어진 역할도 서로 다르게 설계되어 있고, 이 차이가 이후 전달체계 확장 속도에 영향을 미쳐 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업을 살펴보면,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경우 법에서 시·도 단위 센터 설치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어 제도적으로 “지역 확장”이 구조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반면 장애아동지원센터의 경우 지역센터 조항이 법에 존재했음에도 오랜 기간 지역 단위 설치·운영이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고, 국회와 언론에서는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지역센터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2019년에는 국정감사 맥락에서 “법 제정 이후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취지의 보도가 있었고, 2023년에도 “내년도 예산이 0”이라는 내용과 함께 지역센터 미설치 문제가 다시 기사로 확인되었습니다.
-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전무, 6만3천명 '고립'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257 - [단독]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내년 예산도 ‘0’···발달장애 영·유아 맞춤지원도 극소수 이용
https://www.khan.co.kr/article/202310031004011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치의 필요성은 연구 차원에서도 반복적으로 정리되어 왔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연구에서는 2021년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을 위한 기초연구」를 통해 지역센터의 역할‧기능을 모색하고, 기존 장애아동 지원체계의 현황과 쟁점을 검토한 뒤 시범사업(안)까지 제시했습니다(황주희 외, 2022). 이어 2022년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운영방안 연구」에서는 전달체계 안에서 지역센터가 맡아야 할 역할과 기능을 정리하고, 법령 검토를 바탕으로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안했습니다(석말숙, 2023). 특히 정보제공‧연계, 장애영유아 개별화 가족지원계획(IFSP), 장애아동 맞춤형 개인별 지원계획, 성인전환기 자립생활계획, 부모 멘토링, 서비스 관리, 영유아 조기개입 운영모형 등 ‘지역에서 실제로 굴러가야 할 기능’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된 점이 인상적입니다(석말숙, 2023).

부모연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요구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애아동 조기개입 체계 구축, 가족지원 강화, 지역 단위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조직의 필요성이 여러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현장에서도 “서비스가 흩어져 있고 연결이 약하다”는 체감은 꾸준히 누적되어 왔습니다.
국가와 법, 제도 차원에서도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2023년 6월에는 이 문제의식이 법 개정안 발의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발의된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개정안의 핵심은 광역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를 1개소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설치가 “의무”로 바뀌더라도 실제 운영이 가능하려면 재정과 집행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활한 설치·운영을 위해 국가가 운영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도 함께 담겼습니다. 저는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 조문에 ‘할 수 있다’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결국 인력·예산·운영체계가 같이 따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5년의 마무리와 2026년의 시작에서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치가 현실화 됩니다. 정부 정책자료(2025년 12월 공개)에서는 장애 영역 정책 변화 중 하나로 “시·도 장애아동지원센터 신설 → 전국 17개 시·도(2026년)”라는 방향이 명시되어 정리됩니다. 이 문장이 저는 이번 연재의 출발점이자, 전달체계 변화가 실제로 ‘실행’으로 넘어가는 신호라고 느껴졌습니다.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치는 파편화되고, 분절적인 장애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을 통합해 나가고자 하는 흐름 안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그 중 ‘영유아 조기개입’이라는 우리 사회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채우는 최초의 시도로 보입니다. 적어도 정책 문서에서 “시·도 장애아동지원센터 신설”이 명시되고 전국 단위 확장으로 정리된 것은, 그동안 지역 기반 지원 인프라 공백이 컸던 영역을 제도적으로 메우려는 전환점으로 읽힙니다.
선진국들은 영유아 조기개입에 대한 제도를 공공의 역할로 명확히 규정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발달에 어려움이 있거나, 혹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영유아를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개인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국가 차원에서도 조기개입이 장기적으로 교육·복지·의료 등 여러 영역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논의가 축적되어 왔고, 이런 점에서 사회적 비용 관점의 근거가 자주 제시됩니다. 미국의 IDEA Part C, 호주의 NDIS(Early Childhood Approach, ECA)처럼 초기 단계에서 가족 중심으로 연결을 제공하는 제도들이 대표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선진국의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발달이 느리거나, 장애 고위험군의 영유아들에 대한 지원이 철저히 개인의 책임으로 지워져 있었습니다. 영유아건강검진이라는 보편적 검사 체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검사 이후의 체계가 완전히 비어 있었고, 이를 보호자들이 고군분투하며 무분별할 수 있는 치료와 재활 등 서비스로 가득 채워 나가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건강검진 등 발달검사와 연계되어 초기 단계에서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전문가들이 자녀의 발달 수준과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필요한 서비스, 그리고 당장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알려주는 코디네이터가 해야 할 역할이 부재했기에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길잡이가 없으면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열심히만 나아가는 망망대해 속 돛단배와 같은 현실이기도 했죠.
이제 시도별 장애아동지원센터라는 등대가 세워집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만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제도적 변화라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보고서에서 확인된 내용 중심으로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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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연재를 시작하며: https://february022.tistory.com/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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