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이야기

"제가 이렇게 키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왕구리 2026. 1. 3. 20:18

발달이 느린 영유아와 가정에 찾아가는 물리치료사의 방문기


몇주 전,

보건소 서울아기건강첫걸음 간호사 선생님께서 서비스와 아이의 발달에 대해 궁금해 하는 어머님이 계시다고 전달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연결된 어머님과의 통화에서는 꽤나 다급함과 불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생후 7개월의 아이가 사경 같아 보이는데, 병원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요.

 

한쪽으로 기울어진 머리와 비대칭하게 주름잡힌 목 주름,

좌우가 다른 긴장도와 사용 빈도,

높아보이는 근 긴장도,

특히 생후 5일 경 과도하게 뒤로 뻗치는 모습을 터미타임이라고 표현하신 부분과

한쪽 손을 과도하게 쓰지 않는 모습, 손가락이 말려 들어갔다고 말씀하신 것과 같은 말에서 볼 때

아무 이벤트 없이 태어난 아기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예측되지만, 

그럼에도 어머님의 불안이 꽤나 크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잠시 동안의 통화였지만, 

 

"어머님! 아마 큰 문제가 없을 확률이 매우 높아요. 불안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어머님께서 아이를 불안의 눈빛과 감정으로 바라볼 것 같기 때문에 한번쯤 제대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신경과가 아닌 재활의학과에서 한번 진료를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다만, 이 제안은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아시면 좋겠어요. 불안은 아이에게 너무 잘 전달되니까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만약 앞으로 조기개입 서비스를 진행하게 된다면 밟아야 하는 절차를 설명드렸죠.

 

"저는 언제든지 보셔도 되고, 보실 수 있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요.

그리고 몇일 후, 간호사 선생님 방문 시간에 한번 방문해줄 수 있냐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약속된 시간,

방문한 가정은 7월의 아이를 키우는 흔한 집 풍경이었습니다.

약간은 늘어진(?) 티셔츠와 차마 가꾸지 못한 어머님의 차림, 지저분하진 않지만 집 안 곳곳 아이용품과 장난감, 생활 용품이 함께 위치한 모습.

아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 있고, 정면에 간호사 선생님이 앉아 계셨죠.

처음 만남이기에 한번 더 인사를 하고 아이의 출산과 성장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작업치료사' 셨어요.

통화에서 자연스럽게 쓰던 전문용어들은 과도한 검색으로 얻어진 겉지식이 아닌 전문 지식이었던 것 입니다. 다만 아동 관련 작업치료사는 아니셨기에 아이 발달에 대해 잘 알고 계시지는 못한 것으로 보였어요.

이런 경우 전문가들이 겪을 수 있는 '사서 걱정', '아는 만큼 보이는 문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배우고 보았던 것들이 '문제' 중심의 것들이라 내 아이도 그렇게 보이는 것이죠. 제 머리 못 깎는 스님처럼, 많은 전문가들이 내가 만나는 당사자와 보호자들에게는 쉬웠던 말과 행동이 내 아이에게는 참 힘든 것을 느끼게 되죠.

 

특히 아이를 처음 키워보는 초보 엄마의 경우 더 그럴 수 있습니다. 비대칭함은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당연히 보이는 고유한 특성임에도 주름, 빈도, 모습, 자세 등에 너무 집중하며 문제로 치부하게 되죠.

그래서 아이를 불안의 눈빛, 문제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한번 눈에 들어온 부정적 시선은 쉽사리 바뀌지 않고, 문제와 질병(진단)을 끊임없이 연결지어 악순환을 만듭니다.

 

"제가 이렇게 키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작업치료사 선생님이 저에게 그렇게 얘기했어요."

 

사경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미 어머님은 무언가를 잘못한 사람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과연 작업치료사이자 초보 엄마인 이 분이 잘못한 걸까요?

 


먼저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사경'인 걸까? 하는 것 입니다. 

최근 초보 아이 엄마들이 사경과 함께 사두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 함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사경은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고, 턱/얼굴이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자세 비대칭을 말합니다. 주로 목의 근육(흉쇄유돌근 등) 한쪽이 짧아지는 등의 이유로 인해 발생하며, 선천성 혹은 자세성으로 발생하죠.

사두는 두개골이 아직 말랑한 시기에 지속적인 외부 압력 때문에 머리 모양이 변형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경은 머리가 기울어진 것, 사두는 머리 모양이 비대칭한 것 입니다.

 

의사에게 사경과 사두를 진단받은 경우는 특별히 고민할 것 없이 치료를 받게 됩니다.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곤 빠른 치료 개입이 있다면 대부분 별 문제 없이 성장할 수 있게 되죠. 

사경과 사두일까? 가장 먼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 입니다.

 

그런데 사경과 사두가 아니라고 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어떨까요? 그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경우입니다. 

병원에서 문제 없다고 하거나 지켜보자고 하는 의견을 받은 아이들인 것이죠.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왜 걱정이 계속되는 걸까요? 물론 사람마다 매우 다르겠지만, 보통은 주변의 시선과 의견들이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가족 구성원과 가까운 지인, 이웃, 심지어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지나치는 말로 한마디씩 보태는 그 말들이 쌓이고 쌓여 불안함을 가중시키게 만들죠.

특히 '조리원 동기' 들은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같은 시기에 낳은 동지들에게 들으며 비교하는 내 아이의 문제적 모습에 괴로워하며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문제 없을 거라고 확인을 받았음에도 그것이 틀리진 않았는지, 그래서 내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 없이 되묻게 되는 것이죠.

 

물론 의학적인 진단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완전히 괜찮다는 뜻은 아닐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의 진단과 생활에서의 양육은 다르니까요. 다만 우리는 일상 안에서의 삶 속에서 아이를 병적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의 미숙함은 당연하고, 그것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괜찮을거야'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의사가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을거야.'라고 말해주는 지인들

'방문해서 관찰해보니 괜찮네요! 그래도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볼까요?' 라고 조언해주는 전문가들

'처음엔 다 그래~ 잘 클꺼야~ 괜찮을거야~' 라고 안심시켜주는 선배 엄마들이 중요합니다.

 

불안을 자극하지 않는 방식으로 함께하는 사람들.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작업치료사인 초보 엄마가 잘못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잘못은 없습니다.

 

아이는 사경이었을까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는 온 힘을 다해 먹고, 자고, 싸고, 엄마와 교감하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키워서 문제가 아니라,

온 힘으로 키워내고 계셔서 다행이라고 느껴진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