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이야기

[2025 삶퍼런스] 장애인복지관 지역 행사 실천 사례 #1

왕구리 2025. 8. 30. 23:31

 

2025 삶퍼런스는 장애/발달지연 아동을 양육하는 보호자들의 삶과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공유하고, 연대와 공감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이 글은 삶퍼런스의 기획에서부터 진행 과정, 의미, 결과 등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입니다.


1. 왜 삶퍼런스인가?

삶퍼런스(Life conference)는 '삶'과 '컨퍼런스'를 합쳐서 만든 말입니다. 컨퍼런스란 ' 공통의 전문적인 주제를 가지고 비교적  시간에 걸쳐 열리는 대규모 회의'라고 하고, 주로 지식 교류, 네트워킹, 새로운 기술 및 트렌드를 나누기 위해 개최됩니다. 장애/발달지연 영유아동을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린다고 하면, 주로 발달을 위한 치료 등의 기술에 대해 나누는 자리가 되겠죠. 그런데 보통 이런 자리에 가면 공통의 전문적인 주제의 대상들은 '대상화'가 되기 마련입니다. 장애 영유아와 아동의 발달은 좋아져야만 하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못하는지, 전문가적인 시선에서 어떤 서비스 혹은 행위를 통해 그들을 좋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각종 데이터와 근거들을 나누는 자리가 되겠죠.

 

우리 역시 맞춤형 방문 서비스인 찾아가는 통합지원 서비스를 통해 아이들의 발달을 돕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실천을 합니다. 다만 우리는 '아이들의 발달을 이루는 데 필요한 다양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아이들의 발달에는 굉장히 다양한 것이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이 다양한 영향을 두개의 범주로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ICF의 관점입니다.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WHO, 2002)

ICF의 핵심은 '진단(건강상태)', '기능적인 발달(기능과 장애)', '맥락적 요소(개인/환경 요인)'가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그리며 개인의 삶의 모습을 구성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발달이 느린 아동의 경우 '진단'에 뇌성마비, 자폐스펙트럼, 염색체 질환 등 다양한 의학적 진단명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ICD-11의 진단 아래 큰 줄기를 잡아 나가며 의학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ICF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이러한 진단 중심의 장애 속 '기능하는 삶'의 모습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같은 뇌성마비 아동이어도 매우 다른 기능을 가진다는 너무도 당연한 것을 강조합니다. 

   누구나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기능을 합니다. 사람에게 기능이란, 무조건 좋거나 완전히 안좋지만은 않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가?' 겠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기능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능이 좋지 않다고 하여, 모든 게 안좋은 게 아니라는 것. ICF에서는 이 부분을 핵심으로 봅니다. 기능(functioning)과 장애(disability)로 구분하여 바라봐야 한다는 지점입니다. 또한 ICF에서는 '기능'과 관련하여 3개의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신체기능과 구조, 활동, 참여 영역으로 구분하여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일상생활(삶)을 기준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발달이 느린 아동들 역시 마찬가지죠. 자폐스펙트럼 아동이기 때문에 '사회성'이라는 기능에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다른 기능에서는 좋은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속한 사회, 환경, 문화, 관습 등 다양한 것이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발달이 느린 아이들에게 '양육자'와 '가정'이라는 환경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치죠. 같은 진단명, 비슷한 기능 수준을 가진 아이라도 환경에 따라 다른 삶의 모습을 가진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을 둘러싼 외부의 요인인 '환경 요인'은 삶의 모습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 개인의 내적 요인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향, 성격, 습관, 정체성 등을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맥락적 요소들은 진단과 기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삶의 모습을 구성합니다.

 

이 맥락적 요소를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생태체계학적 관점'이 두번째입니다.

상태학적 체계이론(브론펜브레너, 1979)

 

아동의 진단과 기능, 개인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 '아동 개인'이라고 본다면, 그 아동을 둘러싼 다양한 계층적인 환경 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발달을 한다는 것이 생태체계학적 관점의 핵심입니다. 

미시체계는 아동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환경입니다. 양육자 및 보호자, 가족, 교사, 치료사 등 아동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환경 요인입니다. 한 아동의 삶 속 기능을 바라보고, 좋아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사람들이죠. ICF에서 역시 이들의 지원과 태도를 중요한 요소로 강조합니다.

중간체계는 미시체계 간 연결과 상호작용을 말합니다. 가정과 학교, 의료와 교육, 지역사회와 가정 등 아동에게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체계들 간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을 둘러싼 사람중심의 지원 체계는 이러한 중간체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죠. 가고자 하는 방향을 공유하며 협력하는 것, 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외체계는 아동에게 직접적이진 않지만 영향을 미치는 환경으로 복지제도, 지역사회 자원 및 서비스 등을 이야기하고, 거시체계는 문화적/사회적 가치 정책으로 법, 제도, 문화, 인식, 관점 등 전반적으로 장애와 관련된 서비스 체계와 같은 것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체계는 시간에 따른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대한 부분이고,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그 지원들도 지속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결국 핵심은

'아이들의 발달에는 다양한 것이 영향을 미치며, 이 다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라는 것입니다.

딱딱하고 전문적인 컨퍼런스의 형식을 조금 바꾸어 '다양한 삶'에 대해 나누는 자리가 삶퍼런스입니다.

 

삶퍼런스를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지역 안에서 장애/발달지연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들의 삶이 드러나고, 함께 공감하며, 연대의 디딤돌이 되는 것'입니다. 장애/발달지연이라는 요소에 매몰된 진단과 기능 중심의 삶에서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지역사회 맥락 안에서의 삶을 지향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기획되었습니다.


 

2. 삶퍼런스 기획 단계에서의 중요한 것들 (누가, 어떻게, 무엇을)

삶퍼런스는 '그들의 삶이 드러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그 삶을 드러내는 것 역시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는 지난 몇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삶을 드러내기 위한 실천을 이어왔습니다.

2022년에는 우리의 실천과 제도적 필요성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디딤돌을 놓아 너머를 보다'라는 행사의 제목처럼, 우리의 실천을 디딤돌 삼아 너머를 상상해보는 자리였죠. 

동북일보 > ‘도봉형 장애 영유아 종합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실천공유회

 

동북일보 > ‘도봉형 장애 영유아 종합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실천공유회

동북일보 > ▲디딤돌을 놓아, 너머를 보다 행사에 참여한 오언석 도봉구청장과 참여자들이 카드 섹션을 하고 있는 모습 ▲실천공유회에 참석자들이 함께한 모습 서울 도봉구에서는 2022년 11월 9

www.dongbukilbo.com

 

2023년에는 실제 지역의 목소리를 모아보는 자리를 '보호자'와 '전문가'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1부에서는 우리 지역의 실제 어려움을 퍼실리테이션하여 그들의 필요와 요구를 모아보는 자리를 만들었고, 2부에서는 실태조사와 제도의 흐름, 서비스 실천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목소리를 모아, 주춧돌을 놓다'라는 행사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도봉형 장애/발달지연 영유아 종합지원체계 구축.. : 네이버블로그

 

도봉형 장애/발달지연 영유아 종합지원체계 구축 위한 ‘목소리를 모아, 주춧돌을 놓다’ 개최

15명의 장애/발달지연 영유아 보호자와 종사자 참여한 공론장 마쳐 서울시 도봉구에서는 11월 10일 오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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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보다 그들의 삶에 집중합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한 경험으로 만들어진 책과 그 책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인 '그녀에게'를 함께 보고, 작가님을 초대하여 삶에 대해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졌죠. 보호자 약 40명과 함께 나눈 삶의 이야기는 우리가 지역 안에서 그들의 삶이 더 드러나야한다고 결심한 계기가 됩니다.

 

 

삶퍼런스는 '당사자(보호자)'가 만들어가는 행사입니다.

 

그렇다면 삶퍼런스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은 '삶', 어떻게는 '이야기한다'입니다.

'삶을 이야기한다'라는 것을 두가지의 방법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첫번째는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자조모임 구성원들 중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보호자의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나의 삶'을 글로 써낸 작가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미 장애자녀를 양육한 경험을 책으로 출간한 작가와 함께 북토크 형식으로 삶을 이야기해보는 것입니다.


3. 삶퍼런스를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들(언제, 어디에서)

아무리 의미가 중요하다지만, 행사는 행사입니다. 지역사회에서 행사를 한다는 것은 그에 따르는 많은 부차적인(귀찮은) 요소가 많아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래서 삶퍼런스는 가장 먼저 일정과 장소를 정했습니다.

일정은 '보호자들이 가장 모이기 좋은 때' 입니다. 연간 일정 중 너무 이르거나, 늦으면 참여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학교의 방학과 맞추면 아이들을 돌보느라 또 참여가 어렵지요. 따라서 '여름방학 직후의 오전시간'으로 일정을 정합니다. 그리고 그 일정을 적어도 3~4달 전에 확정하고 열차를 출발시킵니다. 

동시에 장소를 섭외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좋은 음향과 조명, 무대가 있는 공연장과 같은 시설이었습니다. 오전 일정에 행사에 모이지 않기로 유명한 보호자들이 주요 대상이기 때문에 공간이 너무 크면 안됩니다. 수소문 끝에 최대 150석 규모의 도봉구민회관의 소공연장을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열차의 목적지가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홍보를 시작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홍보를 합니다. 

핵심적인 사람들은 참여를 제안할 보호자, 작가, 자조모임 구성원, 음향 및 촬영을 지원할 협력기관 등입니다. 열차의 가장 앞에서 행사를 끌고 갈 핵심 인력들을 열차에 태웠습니다. 삶퍼런스가 '나의 행사, 우리가 만드는 행사'임을 무수히 강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삶퍼런스의 기획 과정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본격적인 삶퍼런스 준비 과정에 대해 남겨보겠습니다.

2025삶퍼런스 2부에서 진행자와 두 작가가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