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이야기

[경기남부재활네트워크] 장애인복지관 ICF 활용 강의 기록

왕구리 2025. 9. 7. 12:27

 

경기 남부의 장애인복지관 네트워크에서 ‘장애인복지관 ICF 활용’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며, 왜 ICF가 필요한지,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어떻게 적용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제대로 쓰기 위해 무엇이 준비되어야 하는지를 차분히 정리해두고자 합니다.

 

ICF를 이야기할 때 저는 늘 ‘치료만으로는 닿지 못했던 변화’라는 문장을 먼저 떠올립니다. 같은 손상을 가진 사람이라도 환경을 조정하면 참여의 문이 열리는 장면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합니다. 완만한 경사로, 해변용 휠체어, 수어통역, 관람석의 휠체어 섹션 같은 것들이 기능의 부족을 대체하는 장치가 아니라 삶의 선택지를 넓히는 촉진자였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ICF는 진단으로 사람을 규정하던 일방향의 사고에서 벗어나, 기능과 장애, 개인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삶의 모습을 만든다는 관점을 실천의 언어로 바꿔주는 분류 체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ICF의 중요한 지점은 치료실에서의 능력과 일상에서의 수행을 구분해 보게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치료실에서 10미터를 곧잘 걸어도 집과 동네에서 여전히 넘어지는 아이를 보면, 목표와 장소, 사람과 자원을 함께 바꾸는 계획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때 ICF는 신체기능과 구조, 활동, 참여, 환경, 개인요인이라는 여섯 개의 창을 통해 격차가 어디에서 생기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아동 영역에서는 ICF-CY의 관점으로 Function, Family, Fitness, Friends, Fun, Future라는 넓은 화두를 놓치지 않도록 붙잡아 줍니다. 기능만이 아니라 아이와 가족의 일상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자주 놓치는 원칙을 반복해서 상기시켜 줍니다.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의 적용은 사람 중심과 지역사회 접근을 ICF로 이어 붙이는 시도였습니다. 우리는 신청을 받아 줄 세우는 대신 지역의 의뢰를 받으면 즉시 움직이는 방식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육아종합지원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발달검사에서 ‘추가 지원 필요’로 확인된 가정에 빠르게 접근했고, 어린이집과의 협력은 개별 원을 무턱대고 두드리기보다 관할기관의 특수교사를 통해 들어가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니 현장의 수용성이 높아졌고, 장애통합어린이집 여러 곳에서 컨설팅이 정례화되었습니다. ‘대기 없는 초기 접촉’은 영유아기 의뢰를 놓치지 않게 해주었고, 그 덕분에 개입의 타이밍을 잃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정 도구는 간결하지만 깊게 파고들도록 설계했습니다. 보호자의 언어로 욕구와 우려, 강점과 약점을 원문에 가깝게 기록하고, 담당자의 관찰과 판단을 ICF의 영역별 지도처럼 한 장의 도식으로 정리했습니다. 필요할 때는 코드를 붙이되, 코드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계획을 위한 기록이 되도록 했습니다. 긴 보고서보다 회의와 협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한 장의 그림이 실제 의사결정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능력과 수행을 함께 적고 그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면, 다음 만남의 과제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계획은 ICHI의 개념에서 Target, Action, Means를 간단히 차용해 구조화했습니다.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지,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사람과 자원을 붙일 것인지를 짧게 쓰되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치료실만이 아니라 가정, 어린이집, 놀이터로 무대를 확장했고, 개입은 치료와 코칭, 환경조정이 서로 섞이는 방식이었습니다. 평가 역시 거창한 지표보다 일상 수행의 변화를 짧은 간격으로 확인하는 루프로 운영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계획서의 문장들이 현장에서 바로 움직이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습니다. 편마비 아이가 “걷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서기가 안정되지 않았고, 집안의 배치와 보호자의 상호작용이 수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앉은 자세에서 서기’를 우선 타겟으로 정하고 거실 동선을 바꾸며 보호자 코칭을 집중했습니다. 할머니와 반복해서 함께 연습했고, 칭찬과 재미가 움직임과 연결되도록 장면을 설계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우리는 그 순간을 크게 기념했습니다. 기능의 수치보다 먼저 찾아오는 ‘해냈다’의 감정은 이후의 연습을 끝내 습관으로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ICF가 분석의 언어였다면, 그 장면은 삶이 바뀌는 증거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과를 정리하면 소박하지만 분명한 변화들입니다. 의뢰 즉시의 접근으로 영유아기 개입의 타이밍을 확보했습니다. 어린이집 컨설팅이 정례화되면서 반과 교실의 하루가 아이에게 덜 가파르게 설계되었습니다. 사례회의와 기관 간 협력에서 한 장의 도식이 공용언어가 되어, 서로 다른 전문영역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맞춰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보호자와의 대화가 ‘얼마나 좋아졌냐’에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바꿨냐’로 이동했습니다. 그 이동은 기록과 계획의 문장을 현장의 움직임과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현장에서 제대로 쓰려면 몇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ICF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원칙입니다. ‘ICF 쓰기’가 목표가 되는 순간, 항목 과부하와 담당자 소진으로 길을 잃기 쉽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왜 이 사람과 이 목표를 하는가”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둘째, 폼과 언어는 짧지만 강력해야 합니다. 코드와 수치만이 아니라 서술과 도식, 일상 지표가 함께 움직이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능력, 수행, 환경의 삼각 프레임을 기록과 회의의 공용언어로 삼으면 협업의 속도가 달라집니다. 셋째, 프로세스는 발굴, 사정, 계획, 실행, 평가의 루프가 촘촘해야 합니다. 의뢰 즉시 접촉하고, 보호자의 언어로 욕구를 듣고, 전문가의 시선으로 격차와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장소와 사람과 자원을 붙여 실행 가능한 단위로 쪼개며, 일상 수행 변화에 집중해 짧은 주기의 피드백을 반복해야 합니다. 넷째, 연결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어린이집 연계는 개별 설득보다 관할기관을 경유하는 편이 지속가능하고 확산이 수월합니다. 관계를 먼저 세우고, 실행은 그다음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 현장에서는 더 멀리 가는 방법이었습니다.

 

결국 ICF를 양식이 아니라 사고의 틀로 쓰면, 변화는 치료실에서 멈추지 않고 가정과 어린이집과 동네로 번져갑니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목적을 향한 수단으로 ICF와 ICHI를 사용하면 기록은 짧아지고, 협업은 쉬워지고, 변화는 일상에서 측정 가능해집니다. 이 글을 정리하며 다시 확인합니다. 우리가 돕고자 하는 것은 ‘좋은 점수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삶으로 이동하는 사람’이며, ICF는 그 이동을 함께 설계하는 데 유용한 나침반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래는 강의 자료와 현장 강의를 바탕으로 google notebookLM으로 재구성한 자료입니다.

 

오디오자료

https://notebooklm.google.com/notebook/fbf5f633-5fcf-499a-9169-19a1a0826659?artifactId=78d4ed95-72c1-48b5-a4ad-1eba94dc4a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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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자료

https://notebooklm.google.com/notebook/fbf5f633-5fcf-499a-9169-19a1a0826659?artifactId=ab46b499-fa31-40b4-a083-ae09decd44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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