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도봉구에서는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줄여서 찾통)'를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의 거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었는데요.
복지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상황에 맞추며 진행했던 실천기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2019년의 실천기록
https://blog.naver.com/february022/221804811668
2018년의 실천기록
https://blog.naver.com/february022/221489024528
1.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이하 찾통)는 만 12세 이하 중증장애(뇌병변 및 지체) 아동의 가정환경으로 찾아가서
적절한 재활방향을 제시하고, 직/간접 재활서비스를 실시하는 사업입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하던 2월, 방역수칙을 최대한 지키면서 대상자 1명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회의를 실시했습니다.
평가의 방식은 이전과 동일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이 조금 달랐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복지관 등록자 중 이용을 희망하는 아동 -> 담당자의 ICF 평가 -> 평가회의 -> 대상자 선정 -> 서비스 시작의 단계를 거친 것은 동일합니다. 다만 2019년에 비해 ICF 평가 양식을 보완했고, 복지관의 양식으로 다듬는 작업을 했죠.
또한 평가회의에서 다영역의 전문가가 모인 자리에서 아동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ICF framework를 구성하는 세부 내용도 더 보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 부분은 제가 ICF로 평가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그 데이터가 쌓이면 점점 보완될 것 같다고 보입니다. ICF에 대한 내용은 아래에서 더 추가하기로 하겠습니다.
담당자로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아동에게, '어떤'서비스를 지원해야 가장 도움이 될 것인가!? 를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입니다. 입니다.
한 프로그램 혹은 사업 안의 기준에서 맞춰 대상자를 선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을 때
각자 다른 아동과 가정이기에, 필요가 참 다른데, 그것을 동일한 기준과 방법 안으로 포함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9살 최중증의 지체장애(근육병) 아동에게 필요한 서비스의 형태와, 5살의 중증 뇌병변 장애 아동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많은 부분에서 겹치지만, 또 상당한 부분에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캐치하고, 캐치한 부분을 서비스로 연결 지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전자의 지체장애 아동이 필요한 부분을 캐치하고 '삼삼오오 재활 집담회'를 신규 사업으로 만들었습니다. (담당자이지만) 꽤 좋은 사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욕구에서 시작한 사업이었고, 기획 과정에서도 당사자의 목소리가 대부분 반영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의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신규 사업'으로 만들어진 이 사업은 최중증의 아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집담회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그럴듯한 '그림'이 나왔다는 모습을 또 만들어내야 하는 확장된 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역중심 재활지원사업' 안에서 프로젝트성으로 시작된 사업이 정규 사업으로 잡히면서, 팀 전체 사업이 된 거죠. 무려 연 4회를 해야 하도록 계획되어야만 했습니다. 마침 코로나로 전혀 진행되지 못했지만, 만약 진행되었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때의 그 그럴듯한 그림을 만들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우리가 나가야 할 방식이 '확장'이 아닌 '유연성, 혹은 다양성'이라고 느꼈습니다. 한 사업 안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 뭔가를 만들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마치, 예전에 좋아했던 '무한도전'처럼, 모든 게 주제와 방법이 될 수 있는 통합적인 재활지원의 방법이 무얼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2019년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종합지원계획을 발표합니다. 그 계획 중 '뇌병변 장애영유아 사회가정활동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아주 급하고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뇌병변장애영유아 가정의 가장 큰 고민은 '재활'입니다. 그중 '치료비 지원'이 가장 큰 욕구인데요. 아무래도 발달에 초점이 맞춰진 생애주기이니 만큼 많은 치료서비스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센터 등에서 지출되어야 하는 비용이 꽤나 크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케어하기도 하기 때문에 보통은 어머님들이 온전히 돌봄에 집중하시는데, 그렇게 되면 소수를 제외하곤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게 됩니다.
우리는 그런 부분을 반영하여 지원받은 금액을 치료형태의 사회 가정 활동 지원으로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방법적으로는 '찾아가는 통합재활지원 서비스'의 연장선에서, 아동이 생활하는 가정환경으로의 방문을 통해 풀어나가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에도 밝히겠지만, 제가 그리고 있는 장애영유아의 조기개입의 큰 그림 중 중요한 요소는 '보편성'입니다. 발달이 느리다면, 누구나 공적이 서비스 영역 안으로 들어와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하는 구조이죠. 특히 뇌병변 장애 영유아의 경우 장애의 유무를 출생시~9개월 안에 대부분 인지합니다. 그 시기에 보통은 각 개인과 가정에서 정보수집부터 치료까지 모든 걸 해결해야 하지요. 초기의 이 부분을 공적인 서비스 영역인 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한 지역에서 조기개입 형태로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결국 당사자가 알아보고 신청하고 대기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지역의 공공시스템 안에서 당연하게 지원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죠.
따라서 이번 지원사업에서도 따로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복지관에 등록된(등록되지 않으면 정보를 알 수 없으니) 모든 만 6세 이하의 정도가 심한 뇌병변장애 아동이 대상이 되었습니다. 모든 아동들을 대상으로 참여의사를 여쭈었고, 동의한 12명의 가정으로 방문하여 ICF 종합 사정 평가를 실시하고, 필요한 지원 영역을 정하여 강사를 배정했습니다. 최종 10명의 아동에게 물리, 작업, 음악, 언어 영역 중 최대 2개의 영역에서 각각 20회기씩, 총 40회기까지 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지역으로 보자면 도봉구민이 2/3, 타 지역(노원, 성북)이 나머지를 차지했네요.
만족도 조사 결과 아주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비용 지원, 치료사 전문성, 절차적 만족도, 서비스 제공 장소 등 사업의 강점으로 기획했던 부분에서 확실히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총 40회기만큼의 치료비용을 지원했고, 그 서비스의 형태가 '홈티'형태였으니까요. 코로나 상황에서 치료가 어려웠던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겠죠. 다만,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편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활지원 서비스는 결국 어려운 것일까요?
이 보편적이고, 지속가능한 재활지원 서비스 체계를 만드는 게 지금 제가 규정한 저의 역할이자 사명이기도 합니다.
2. 비대면 서비스
2020년은 코로나19로 물든 한 해였습니다.
복지기관의 공통된 고민은 바로 비대면 서비스였겠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http://www.welfareissue.com/news/articleView.html?idxno=4560
뭐라도 해야겠다. 기왕 할 거면, 자의로, 의미 있게,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담당하고 있던 운동교실 사업을 수정하여 운동기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이 영상을 제작할 때는 4월이었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금방 코로나가 끝날 줄 알았던 거죠.
미리 비대면 콘텐츠를 기획/제작해보고 평가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비대면 서비스'는 누구 좋자고 하는 일인가?
라는 고민을 더 깊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지금 복지기관들에서 하는 대부분의 비대면 서비스는 당사자 좋자고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하니까 하는 거죠. 안하면 안되니까 하는거죠.
나름대로 고민하고 만든 이 영상에는 제가 보기엔 고쳐야 할 점 투성이입니다. 그래서 다음 영상을 만들게 되면 꼭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만드는 과정에서 들었던 고민을 웰페어 이슈에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똑같은 주제로 만드는 영상들이 문제가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http://www.welfareissue.com/news/articleView.html?idxno=5617
연말, 기존에 진행하던 '삼삼오오 재활 집담회'를 비대면으로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영상 형태의 비대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 '모두의 공원, 모두의 운동기구'를 제작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이름은 '고민 딛다'입니다.
http://www.welfareissue.com/news/articleView.html?idxno=7365
고민딛다 시리즈를 만들었던 과정과 그 고민도 웰페어 이슈에 공유했습니다.
http://www.welfareissue.com/news/articleView.html?idxno=7422
비대면 서비스는 앞으로도 필요합니다. 아마 모든 복지 실천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겠죠.
어쩌면 나중에는 복지관이라는 '건물'이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로만 시설 중심-> 지역중심을 외치던 패러다임의 변화가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로 인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할까? 복지기관 중 특수한 역할을 하고 있는 치료사들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일해야 할까?
고민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수년 내에 도태된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조기개입체계 구축을 위한 발판
자연스럽게 조기개입체계 구축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제가 복지관에서 일하는 이유는 '지역사회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치료 영역은 '개인'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치료로써 당사자의 기능을 개선시킨다라는 말이 그 말입니다. 병원, 센터 등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치료사들이 있죠.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는 복지관의 치료사는 개인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지역사회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의 변화가 개인의 발달, 건강, 기능을 변화시킵니다. 고령화 사회인 우리나라는 '커뮤니티 케어'와 같은 제도로 이미 그 개념을 국가 단위에서 실천하고 있죠. 같은 의미로 커뮤니티 케어는 전 생애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만, 대부분 노인기 대상으로 세팅됩니다. 필요가 많기 때문이죠. 이런 제도에서도 장애영유아와 가정에 대한 지원은 소외됩니다. 요구가 목소리가 되어 결정권자들에게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애영유아의 보호자들은 그 책임을 온전히 개인과 가정에서 짊어집니다. '발달'이 '사적'영역이 되는 과정의 시작입니다.
저는 영유아의 발달의 시작이 '공적'영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을 적절한 기간 동안 지원받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발달 서비스(재활)의 '보편성'과 '지속가능성'의 중요함입니다.
2020년 저는 조기개입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발판을 다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은 제 블로그에 따로 포스팅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february022/222043922044
위 내용처럼 발달지연 아동들에 대한 조기개입체계를 지역 맞춤형으로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 하나, 또 다른 하나는 뇌병변 장애영유아에 대한 조기개입 서비스입니다.
온전히 자의로 진행되지 않은 이 사업은 서울시에서 비용을 지원받아 진행했습니다(위쪽 1번 내용 참고).
발판이라 표현함은 이 두 가지의 사업을 엮어 전반적인 조기개입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2021년 사업을 꾸려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애영유아라 해도 재활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발달장애'아이와 '뇌병변 장애'아이가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그 차이를 민감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틀을 잡아나가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ICF
ICF는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일을 시작하던 10년 전에도 관심은 있었으나 이상적인 무언가라고만 생각했는데,
벌써 실무에 도입하고 활용한 지 3년째가 됩니다. 사용해보니 장/단점을 명확히 알겠고, 더 개선한다면 좋은 tool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치료서비스가 중단되었을 때, 이참에 ICF에 대한 스스로의 개념을 잡아보고자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공부하듯 만든 자료였는데, 그냥 혼자만 보기 아까워 영상으로 만들고 유튜브에 업로드합니다.
여담이지만, 부족하기만 한 내 지식과 경험을 계속 공유하는 것은 '닮고 싶음'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것들을 거리낌 없이 나누는 분들이었습니다.
한 일주일 자료 만들고,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두어 시간 떠들고, 관심 있다던 직원 두 명 데리고 강의도 하고, 녹음된 소리를 PPT에 입혀 만들었습니다. 길면 지루하니까 짧게 짧게 편집도 했죠.
업무에서 활용하도록 서식을 다듬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ICF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각각의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서식이 없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장점이 될 수도 있어요. WHO에서는 사용 목적에 맞게 얼마든지 응용하여 사용하라고 권장합니다. 내 맘대로 항목을 추출할 수도 있고, 형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만들고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 다른 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다듬을 수 있을까? 그냥 상상해봅니다.
5. 실습생 지도
2020년은 어쩔 수 없이 실습생을 받아 지도했습니다(작업치료영역). 저는 복지관에서만 일했고, 대부분 혼자 치료를 했기 때문에 치료 실습생을 받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작업치료영역에서 지역사회 중심 재활 영역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하여 실습을 지도하게 되었죠.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습니다.
교육이 1회 잡혀 있었는데, 제 경험상 실습생들은 아마 멍하니 듣고 있을 확률이 높은 주제였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 친구들이 복지관에 취업한다면? 분명 '그때 그 선생님이 뭐라 뭐라 했는데 기억이 안 나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발표를 녹음하고 PPT에 소리를 입혀 또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도 함께 공유하도록 말이죠.
ICF 영상과 지역사회 중심 재활 영상은 뭔가 조회수도 높지 않은데, 종종 연락이 옵니다.
내 실천이 누군가에겐 깨침이나 의문이 된다는 사실은 참 기쁜 경험입니다.
이렇게 쭉~ 쓰고 보니 2020년에도 많은 일을 했네요.
일 뿐만 아니라 삶 영역에서도 2020년은 굉장한 변화를 맞이한 한 해였습니다.
종종 아내에게 하는 말처럼, 우리 세 가족의 인생 2막이 열렸다고 표현하는 것처럼요.
그중 일로써의 내 실천이 저에겐 소중합니다.
이 소중한 기회를 1년에 한 번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 어찌 보면 '잘 살아냈다~'라고 하는 나에 대한 위로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2021년도 마음을 담아 살아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독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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