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이야기

[재활디딤돌] 물리치료, 줄이셔도 괜찮아요. #4

왕구리 2021. 8. 17. 14:30

"감각이 예민해서 걱정이에요."

어머님은 아이가 다양한 감각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움직임이 더 많아지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더 많아질 것 같다고요.

먹는 것에 큰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먹기'는 일상이 아닌 아주 어려운 과제입니다.

먹어라 먹자 먹어야지, 어르고 달래는 어머님과

입 안 벌리고, 안 씹고, 안 삼키며 무언으로 버티는 아이.

때문에 아이는 몸도 아주 작고, 마른 상황입니다.

때문에 연하치료도 더 열심히 받고 싶으시고, 감각통합치료도 하고 싶고, 감각자극에 좋다는 스노젤렌 치료도 하고 싶은데

이곳, 도봉에는 마땅한 곳이 없다고 느끼고 계셨습니다.

또한 막상 그런 치료들을 하려고 하니 여러가지로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비용적 부담, 시간적 부담. 이 두 부담은 곧 '운동'과 연관됩니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을 어딘가에 쓰면 다른 곳에는 쓰지 못하게 되는 게 당연하니까요.

감각적 자극을 할 수 있는 치료를 늘리면, 운동을 더 못하게 되어 불안할 것 같아 쉽사리 늘리지 못하는 그 마음은,

모두는 아니지만 많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치료를 얼마나 늘리고, 선택해야 하는지?

어머님들은 항상 궁금해하시죠.

이 질문의 기저에는 '불안'이 있습니다.

대게는 그 '불안'이 아이 본인의 의사는 아니겠죠.

아이를 둘러싼 가족과 보호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 치료, 우리 아이만 안하면 어쩌지'

'물리치료를 줄여서 운동시간이 줄게 되면, 나중에 삐뚤게 걸으면 어쩌지'

예민한 감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걱정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들어오고 해왔던 운동, 운동, 운동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어머님께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감각은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어요.

감각이 덜 예민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이가 더 탐색하게 될 것이라는 거죠.

더 탐색하게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세상에 대한 궁금함이 더 확장된다는 이야기고요.

그러면 어머님이 걱정하는 운동, 신체적 움직임 측면에서도 훨씬 좋아질 거예요.

물리치료, 줄이셔도 괜찮아요.

조금 줄 수 있겠지만, 대신 그만큼 집에서 많이 놀아주는 건 어떨까요?

저랑 함께요."


'재활 코칭' 수업이라고 알고는 계시지만, 주로 운동적 부분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었는지,

물리치료사인 제가 물리치료를 줄이라고 하는 말이 의외라는 듯 쳐다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을까요?"

어우~ 괜찮죠! 아무 문제없을 거예요~

너스레를 떨며 안심시키는 마음 저편에서는

아이와 어머님이 잘 이겨내리라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아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언제나 성장하고 있고,

나름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삶의 패턴을 만드는 중입니다.

더 하지 않아서 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불안보다

하고 싶은 걸 지금 하도록 독려하여 현재를 아이와 함께 즐기며 살도록 도와주는 일.

다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아이와 가정을 만나며 관계하고, 관심을 두어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바라봐주는 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재활 코칭', 그리고 거창하게 이름 붙여 부끄럽지만 '재활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물음표보다 동그라미를,

장애보다 아이가,

치료보다 성장을,

재활디딤돌.


재활디딤돌 프로그램은

도봉구에 거주하는 만 6세 이하의 정도가 심한 뇌병변 장애 아동과 가정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지속적이며, 일상생활환경 중심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