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이 예민해서 걱정이에요."
어머님은 아이가 다양한 감각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움직임이 더 많아지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더 많아질 것 같다고요.
먹는 것에 큰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먹기'는 일상이 아닌 아주 어려운 과제입니다.
먹어라 먹자 먹어야지, 어르고 달래는 어머님과
입 안 벌리고, 안 씹고, 안 삼키며 무언으로 버티는 아이.
때문에 아이는 몸도 아주 작고, 마른 상황입니다.
때문에 연하치료도 더 열심히 받고 싶으시고, 감각통합치료도 하고 싶고, 감각자극에 좋다는 스노젤렌 치료도 하고 싶은데
이곳, 도봉에는 마땅한 곳이 없다고 느끼고 계셨습니다.
또한 막상 그런 치료들을 하려고 하니 여러가지로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비용적 부담, 시간적 부담. 이 두 부담은 곧 '운동'과 연관됩니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을 어딘가에 쓰면 다른 곳에는 쓰지 못하게 되는 게 당연하니까요.
감각적 자극을 할 수 있는 치료를 늘리면, 운동을 더 못하게 되어 불안할 것 같아 쉽사리 늘리지 못하는 그 마음은,
모두는 아니지만 많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치료를 얼마나 늘리고, 선택해야 하는지?
어머님들은 항상 궁금해하시죠.
이 질문의 기저에는 '불안'이 있습니다.
대게는 그 '불안'이 아이 본인의 의사는 아니겠죠.
아이를 둘러싼 가족과 보호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 치료, 우리 아이만 안하면 어쩌지'
'물리치료를 줄여서 운동시간이 줄게 되면, 나중에 삐뚤게 걸으면 어쩌지'
예민한 감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걱정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들어오고 해왔던 운동, 운동, 운동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어머님께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감각은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어요.
감각이 덜 예민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이가 더 탐색하게 될 것이라는 거죠.
더 탐색하게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세상에 대한 궁금함이 더 확장된다는 이야기고요.
그러면 어머님이 걱정하는 운동, 신체적 움직임 측면에서도 훨씬 좋아질 거예요.
물리치료, 줄이셔도 괜찮아요.
조금 줄 수 있겠지만, 대신 그만큼 집에서 많이 놀아주는 건 어떨까요?
저랑 함께요."
'재활 코칭' 수업이라고 알고는 계시지만, 주로 운동적 부분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었는지,
물리치료사인 제가 물리치료를 줄이라고 하는 말이 의외라는 듯 쳐다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을까요?"
어우~ 괜찮죠! 아무 문제없을 거예요~
너스레를 떨며 안심시키는 마음 저편에서는
아이와 어머님이 잘 이겨내리라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아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언제나 성장하고 있고,
나름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삶의 패턴을 만드는 중입니다.
더 하지 않아서 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불안보다
하고 싶은 걸 지금 하도록 독려하여 현재를 아이와 함께 즐기며 살도록 도와주는 일.
다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아이와 가정을 만나며 관계하고, 관심을 두어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바라봐주는 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재활 코칭', 그리고 거창하게 이름 붙여 부끄럽지만 '재활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물음표보다 동그라미를,
장애보다 아이가,
치료보다 성장을,
재활디딤돌.
재활디딤돌 프로그램은
도봉구에 거주하는 만 6세 이하의 정도가 심한 뇌병변 장애 아동과 가정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지속적이며, 일상생활환경 중심 프로그램입니다.
'실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활디딤돌] 불안함으로 기운 무게추가 하고 싶음으로 기울어지는 순간을 기다려보면 어떨까요? #6 (0) | 2021.08.18 |
---|---|
[재활디딤돌] 이 정도의 뻗침은 염려스럽습니다. 같이 방법을 찾아봐요. #5 (0) | 2021.08.17 |
[재활디딤돌] 아이가 한창 시도하고, 도전하고, 즐기는 순간에는 잠시 피드백을 멈춰 주세요. #3 (0) | 2021.08.17 |
[재활디딤돌] 아이에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주세요. #2 (0) | 2021.08.17 |
[재활디딤돌] 재활도 일상, 그러니 살아가는 환경 안에서. #1 (0) | 2021.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