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자라는 세상은 어땠으면 좋겠어?”
어제도, 그리고 종종 우리 부부가 나누는 대화의 주된 주제입니다.
이제 22개월 차, 3살인 주니가 금방 6~7살이 될 테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자기만큼 큰 책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등교할 날이 금방 오겠죠. 먼~ 이야기인 것 같지만, 짧게나마 살아보니 시간은 금방 가고, 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그래서 순간과 하루하루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특히 주니의 이 시절. 세상을 향해 반짝이는 눈과 마음으로 마음껏 성장해나가는 지금 모습을 눈과 가슴에 담고 틈나는 대로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벌써 주니와의 첫 만남이, 심지어는 몇 달 전도 가물가물하니 더더욱 소중한 요즘입니다.
우리 주니가 자라는 세상이 어땠으면 좋을까.
어떤 슬로건처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 또 미세먼지 걱정없이 마음껏 숨 쉬고 뛰어놀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의 나라!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지 않고,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
이런 거대한 담론도 중요하지만 사실 22개월차인 주니의 세상은 지금 하루하루 신나게, 안전하게, 또 공감을 주고받으며 놀 수 있는 세상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주니에겐 12개월 가까이 세가족의 세계만 존재했습니다. 아내가 복직을 하기 전이라, 거의 24시간 자기만을 바라봐주는 엄마, 그리고 아침에 나가지만 저녁에 들어오면 또 자기만을 바라봐주는 아빠가 있는 세계가 주니에게는 당연한 세상이었죠. 그런데 복직을 해야만 하고 누군가가 대신 보육을 담당해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어린이집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http://february022.blog.me/221208024444
"우리 주니가 자라는 세상이 어떤 곳이 될까?"
그 질문엔 주니가 얼마만큼 세상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다른 세상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먹거리의 중요함을 모른다면, 자연에서 뛰어노는 재미에 대해 모른다면, 어울려 살아감의 소중함을 모른다면, 스스로 성장하는 삶의 의미를 모른 채 자란다면 딱 그만큼의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겠죠.
그래서 지금 주니에게 또 하나의 세계가 도담이라는 것이 참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주니는 아침 8시 반 엄마아빠와 헤어져 6시 반 만날 때까지 도담이라는 세상에서 마음껏 성장하며 몸과 마음을 키워내고 있으니까요.
이 글은 주니가 뛰어노는 이 세계가 동네에 사는 또 다른 아이들에게도 공유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또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훗날 내 블로그를 다시 뒤져보며 추억에 잠기고 싶은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 언제든 이 글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 주니의 시작을 도담에서 하길 정말 잘했어!’라고 생각하겠죠^^
도담에서의 생활, 어떤 부분들이 좋은 걸까요!?
첫째, 든든한 육아선배님들!
도담은 조합원들로 이루어진 협동조합 형식의 공동체입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부모, 교사 등이 동등한 조합원이 되어 어린이집을 꾸려나가고 있죠. 40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참여하고 있죠. 한동안 막내였던 주니와 우리 가족에게 생긴 육아 선배들이 얼마나 든든했던지. 특히 두려웠던 어린이집 적응에 크게 도움이 되었죠. 온통 궁금한 게 많았던 적응기와 첫 시작에서 조합원들은 자기 일인 것처럼 도와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주니는 무사히 적응을 마치고 도담에서 아주 재밌게 하루를 보내고 있지요^^
둘째, 엄마 같은 선생님, 좋은 먹거리, 자연과 호흡하는 놀이, 안전한 어린이집
주니가 도담에 다니면서 저에게 가장 든든했던 것 중 하나가 교사진이었습니다. 교사들의 전문성은 물론이거니와 부모와 다름없는 사랑으로 아이를 살펴주시는 마음에 일상적 감동을 느끼며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고 있죠. 매일 손글씨로 주고받는 날적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사진을 찍어 올려주시는 카페의 활동 글, 월 1회 반모임(담당교사와 그 반의 부모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서 나누는 세심한 내용들을 포함한 많은 것들이 너무나 믿음직한 도담을 만들어주고 계시다는 생각을 합니다.
먹거리는 어떨까요? 포스터에 나와 있는 것처럼 100% 친환경 식단과 간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요리 활동도 많아 아이가 점점 음식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편식 없이 아주 잘 먹게 된다고 해요. 아마 좋은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가는 거겠죠. 좋은 먹거리를 즐기며 사는 삶. 참 어렵다는 것 알면서도 도담에서 시작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도담의 놀이는 또 어떨까요? 특별한 일 없으면 무조건 공원으로 숲으로 산으로 나가 뛰어노는 아이들. 작년 여름 언젠가 도담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니와 공원엘 갔는데, 나무 막대기와 흙으로 신나게 놀이하는 모습에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는 말이 이제는 무색해지는 세상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노는 도담은 우리 가족에게는 참 귀한 곳입니다.
어디 어린이집에서 사건 사고가 났다는 기사만 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담은 그런 걱정이 1도 없어요. 왜냐하면 부모들의 출입이 아주 자유로워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언제든 직접 볼 수 있거든요. 부모들이 합의해 CCTV 설치를 하지 않은 어린이집이라고 하면 말 다한 거겠죠? 물론, 그렇게 지켜보는 눈이 없어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들은 절대 그럴 리 없는 분들이기도 하고요. 이런 교사진과 건강한 친환경 먹거리, 또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 그리고 안전한 환경.. 우리 도담, 참 좋은 어린이집 맞죠?^^
셋째, 동네에서 사는 삶의 재미
도봉구로 이사온지 4년 차,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사는 삶이 만족스럽지만 가끔 허전할 때도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한동네에서 오래 자란지라, 동네를 다니다 보면 마주치는 사람들, 심심할 때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게 없으니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 그런데, 도담에 다니고 나서는 조금 더 ‘내 동네’라는 생각이 드네요. 길을 가다가도, 어딜 가다가도 마주치게 되는 조합원들이 있고, 또 동네에서 재밌는 일이 생기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생겨 삶에 활기가 조금 더 채워졌다고 할까요? 내성적인 성격에 아직 먼저 다가가진 못하지만 종종 만들어지는 아빠들 술 모임, 또 급벙개도 재밌고요. 능력자 조합원 중 한 분이 자처해서 만들어진 아빠들 기타 모임은 제 오랜 소원을 이루어주었던, 지금 저의 삶의 가장 큰 활력소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분들과 나누는 삶의 경험들이 저에게는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어요.
내가 어렸을 때 동네에서 자랐던 것처럼. 주니가 도담을 통해 동네에서 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나를 알아봐 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동네에 많다는 것, 내 동네에 관심을 가지고, 재밌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것을 자라면서 느끼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네요.
넷째, 함께 성장하는 나와 우리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만큼 우리 부부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태어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을 많이 느끼면서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온전히 공감해나가는 과정이 때론 힘들기도 합니다. 제 아내 ‘나비’는 작년 도담 신입 조합원 환영회에서 도담에서 ‘함께 성장하는 삶’을 꿈꾼다고 했습니다. 도담은 우리 부부의 성장하는 삶을 든든히 받쳐주는 지원군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육아 선배들의 모습들을 보며, 그리고 앞으로의 주니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가깝고 먼 미래에 대해 준비하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모든 게 처음인 첫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집 선택 또한 처음이기에 참 어렵고, 두려운 게 사실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요새 우리는 사회와 서로에 대한 불신을 안고 살아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도담이 귀하게 느껴집니다. 도담이란 곳을 좀 더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어린이집이 우리 동네에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겐 큰 자랑거리가 되고, 절실한 누군가에겐 빛이 될 수 있으니까요.
도담이 더 궁금하신가요?
도담과 함께하고 싶으신가요?
언제든 열려 있는 도담이니 함께 해요^^
아래 사진들은 작년 한 해 도담에서의 주니입니다.
제 아들이라 초상권은 제가 설득하겠지만,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초상권은 어쩌지 못해 얼굴을 가렸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밝은 미소들을 함께 공유하지 못해 아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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