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이야기

[재활디딤돌] "넘어져도 괜찮아! 잘했어! 멋진데? 도와줄까? 잡아줄까?" #9

왕구리 2021. 8. 19. 08:50

"엄마는 왜 안 와?"

약속시간에 집 앞에서 만난 아이와 엄마, 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를 향해 출발한 지 몇 걸음 후 아이가 눈을 말똥 쳐다보며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 전주에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난 후 아이와 저만 놀아보겠다고 하고,

어머님께 미리 준비해달라고 연락했었죠. 어머님도 반신반의하며 도전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집 앞, 아이에게 잘 설명했습니다.

"OO아, 오늘은 여기서 엄마랑 잠시 헤어지고 우리 둘만 놀다가 40분 후에 다시 올 거야. 우리 재밌게 놀까?"

논다는 말에 신나서 좋다고 했는데, 몇 걸음 가다가 갑자기 의아했나 봅니다.

맨날 엄마랑 함께인 아이인데, 그럴 만도 하죠.

"우리 둘이 놀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말이야~"

별 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대답해주곤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놀이터로 갔습니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엄마와 함께였던 날보다 훨씬 더 잘 놀았습니다.

바닥이 울퉁불퉁 장애물이 많은 놀이터는 아이가 평소에 가기 싫어하는 놀이터였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집에서 먼 놀이터로 갔다나요.

그런데 저랑 간 울퉁불퉁 놀이터에서 넘어지기도 많이 넘어졌지만 엄청 즐겁게 도전하며 노는 모습이었습니다.

고양이도 쫒으러 갔다가, 숨바꼭질도 하고, 잠시 앉아서 사탕도 먹고 말이죠.

더워지는 날씨에 땀을 흠~뻑 흘리고 놀았어요.

꽤 힘들어 보이는데, 아이는 놀 수 있는 시간에 더 놀아야겠다고 느꼈는지

놀고 있지만 더 열심히 놀아야겠다는 그런 마음이었나 봅니다.

"넘어져도 괜찮아"

"잘했어! 멋진데?"

"도와줄까? 잡아줄까?"

이 말을 많이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울퉁불퉁한 땅에, 모험놀이터 형식의 공간은 보조기를 착용한 뇌성마비 아이에게 재밌지만 어려운 곳입니다.

원래도 자주 넘어지는터라 넘어지는 게 익숙하지만

곳곳에 솟아있는 작은 언덕이 아이에겐 산처럼 느껴지는가 봅니다.

넘어질 때도 더 크게 넘어지거나, 한번 넘어지면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니 말이에요.

더구나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는 아이의 발이 울퉁불퉁 에 걸리기라도 하면 그걸 잘 빼지 못해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잠시지만 바라보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손을 내밀어주는 것 말이죠.

조금이라도 더 놀아야 하는 아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벌떡벌떡 잘도 일어났습니다.

치료실에서라면 그렇게 기다려줄 수 있었을까?

아니, 아이가 그렇게 많이도 넘어진 후 또 일어나려고 했을까?

분명 난 치료를 하고 있는 게 아니고 놀고 있는데,

치료를 하는 치료실보다 훨씬 더 잘 걷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퉁불퉁 수많은 언덕 놀이터가

지금까지는 집 바로 옆이지만 가기 싫은 놀이터였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어떨까? 내심 궁금해지는 귀갓길입니다.

"우리 다음 주엔 뭐 하고 놀까?"

"놀이터도 가고~ 옥상에도 가고~ 슈퍼도 가고~"

주저리주저리 또 한바탕 가고 싶은 곳을 쏟아냅니다.

그래!

더 더워지면 옥상에서 물놀이도 하고, 동네 공원 물놀이장에서도 놀고, 놀이터도 가보고, 슈퍼도 가보면 좋겠다.

생각하며 어느새 집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님은 아이가 그렇게 분리되어 잘 놀았다는 사실에 감동.

신나게 놀았던 아이도 즐겁고,

저도 참 좋더라고요.

속옷까지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지만, 자전거를 타고 복지관으로 돌아가는 길이 꽤나 상쾌했습니다.

아이는 놀면서 자란다는 말을 다시 한번 굳게 믿어보며 말이죠.


물음표보다 동그라미를,

장애보다 아이가,

치료보다 성장을,

재활디딤돌.


재활디딤돌 프로그램은

도봉구에 거주하는 만 6세 이하의 정도가 심한 뇌병변 장애 아동과 가정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지속적이며, 일상생활환경 중심 프로그램입니다.